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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릴 수 없는 이유 / 김종남

등록 2010-04-07 22:29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넌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인 여주 남한강으로 가기 위해서다. 같은 한강이지만 여주와 이곳 동서울을 지나는 물길은 모양도, 생명력도, 경관도 천양지차다.

80년대 한강치수사업을 건설사 사장으로서 총지휘했다는 대통령과 그의 동지들이 이야기하는 4대강 사업의 모델 한강 서울구간의 모습이 물 많은 것을 제외하고 어떤 점에서 모범이라는 것인지 4대강을 속속들이 다녀본 나로서는 정말 모르겠다.

치수와 이수를 중심으로 강을 보고 통치하던 시대가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개발국가가 그랬다. 강 주변에 농지가 있고 너른 벌판에 도시를 만들어 살았기에 50년,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큰비 한 번에 집과 마을이 잠기고, 하수 처리에 돈 들일 여건이 안 돼 똥오줌이 떠다니던 그런 시대, 강은 더럽고 위험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물이 공격할 수 없도록 높은 둑을 쌓았고, 아래로 빨리 내려가라고 물길을 반듯하게 만들었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위한 다리나 댐은 수백개 만들었을지언정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사람의 손으로 심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강은 삭막한 공간으로 변했다. 콘크리트 둑과 호안에 갇힌 물은 다양한 생명을 잉태하지도, 키우지도 못하는 크고 빈약한 물그릇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무서워서 물을 가뒀지만 그로 인해 마땅히 강에 있어야 할 습지와 새들과 물고기와 조개들이 사라지면서 강이 생태적으로 사막화됐다. 콘크리트에 갇혀, 콘크리트를 바라보며 사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심성을 어루만질 도시공간이 절박해지자 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강을 되살려 도시에 자연을,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선진국들이 개발시대 마구 지었던 둑과 댐과 운하를 철거하고, 강에 자연을 다시 불러들이는 이유이다.

그런데 2010년 한국의 강은 상처투성이다. 16개나 되는 보 건설로 강의 속살이 처참하게 드러나고, 모래와 자갈을 파내 100곳에 이르는 하천습지가 파괴되고 있다. 10여종의 귀한 생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남한강 여주에선 멸종위기 2급인 단양쑥부쟁이 군락지가 파괴됐고, 금강 금남보 공사구간에선 멸종위기 1, 2급인 흰꼬리수리와 참수리의 휴식처가 모두 사라졌다. 생태계 파괴뿐인가? 강 하구를 제외하고는 평균적으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2급수를 유지하던 강물이 공사로 인한 오·탁수와 퇴적층의 중금속 오염원에 노출돼 빠르게 오염되고 있다. 강의 생태계 복원과 수질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4대강 사업이 반대로 4대강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4대강 공사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지는 공사현장에 가보면 잘 알 수 있다. 거창한 논리나 구체적 수치가 필요치 않다. ‘아! 이것이었구나. 대통령과 그의 동지들이 살리려 한 것은 4대강의 생명도, 수질도 아니고 행렬을 지어 쉴새없이 움직이는 중장비들이었구나. 중장비들의 사슬인 토건동맹이었구나’ 하는 것을 그냥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4대강 추진세력은 국민을 상대로 80년대 타령을 늘어놓고 있다. 4대강 강물이 똥물이고 생태계는 다 죽어서 황량한 곳이니 한강처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강 서울도심구간과 여주 남한강을 직접 비교해보라. 복원해야 할 강의 생태계, 살려야 할 수질이 과연 어느 곳인지를. 어디에 홍수대책이 필요한지를.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도 결코 다르지 않다. 국민을 둘로 가르고 4대강 유역을 총체적으로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은 이쯤에서 중단하는 것이 대통령과 강과 국민 모두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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