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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역설] 유기농업

등록 2010-04-23 22:11

백승종 역사학자
백승종 역사학자




화학비료는 18세기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현대농업의 필요악이 되었다. 화학비료의 성분은 무기질이어서 남용되면 인체와 토양 및 흙 속에 사는 미생물들에게도 치명적이다. 화학약품으로 만든 농약과 제초제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현대문명이 초래한 이런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유기농업이다. 따지고 보면 근대 이전의 농업은 모두 유기농업이었다. 그때는 아직 화학비료가 없어서 다들 유기물로 된 퇴비를 썼다. 그 전통을 애써 되살린 것이 현대의 유기농업이다. 1930년대에 영국의 농학자 앨버트 하워드가 그 선구적인 구실을 담당했다. 유기농업의 학문적 토대가 마련된 것은 1910년대이며, 그 대표적인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라울 프랑세였다.

유기농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다. 유럽에서는 중화학공업이 과도하게 발달한 독일에서 크게 환영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1946년 일본의 고다니 준이치가 최초의 유기농업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과거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과오를 뉘우치고 유기농업기술의 교류를 통해 양 국민이 진정으로 화해하기를 바랐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1976년 한국 최초의 유기농업단체 정농회가 발족했다. 고다니의 강연회에 참석한 충남 홍성의 고등학생 주형로는 훗날 오리쌀 재배로 이름난 유기농부로 성장했다.

유기농업은 병든 인간을 살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망가진 강과 숲을 되살린다. 그것은 현대문명이 저지른 악덕과 범죄행위를 중단하고 자연과 화해하는 일이다. 뜻있는 시민들이 생태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자연을 살린다는 구실로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농부들이 애써 가꾼 팔당 유기농단지를 파헤치려 한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유기농업단지를 없애는 시대착오다. 2011년 개최되는 세계유기농대회가 이를 규탄하는 장소가 될까 우려된다.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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