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능동문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요즘 이런저런 글들을 읽어보면 피동문이 범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에는 피동문이 많다. 영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피동문을 그대로 옮기는 바람에 우리말에까지 피동문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국가인권위는 진보의 영역인데, 왜 진보가 아닌 인사가 임명되었느냐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중앙 일간지 칼럼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왜 진보가 아닌 인사가 임명되었느냐”는 피동문으로서, 물음인 동시에 문제제기이다.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인가? 문제제기 대상은 당연히 ‘임명권자’이겠지만, 피동문을 씀으로써 마치 “왜 당신 같은 사람이 임명되었느냐”고 ‘임명된 인사’에게 따지는 것처럼 되었다. 경험적 인식으로 그냥 능동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문장 형식으로 보면 그렇게 된다. 그러나 능동문으로 바꾸어 “왜 진보가 아닌 인사를 임명하였느냐”고 하면, 이 또한 물음인 동시에 문제제기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누구에게 묻고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인가 하는 데서는 달라진다. 대상은 ‘임명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왜 저런 사람을 임명하였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물음과 문제제기의 대상을 누구로 하든 내용은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나 임명이 잘못되었다면 ‘자리에 앉은 사람’을 닦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힌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명확하게 쓰는 것이 반듯하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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