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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화이부동의 참맛 비빔밥

등록 2010-06-01 17:52

우리 선조들은 음식에서 섞음의 미학을 즐겼다. 국에다 밥을 섞은 탕반이나 국수에다 묵과 미나리, 숙주나물, 고기 다진 것 등을 섞은 골동면, 온갖 고기와 해삼, 전복, 천엽 등에다 전유어와 국수, 떡까지 신선로에 담아 끓여 먹은 열구자탕이 좋은 예다. 다양한 재료의 색상이 각 붕당을 의미한다는 탕평채도 빼놓을 수 없다. 섞음 음식의 정점에는 밥에다 오방색의 갖가지 나물과 지단, 은행, 잣, 밤 등을 얹어서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비빔밥이 있다. 옛날에는 골동반(骨董飯)이라 불렀는데 그 의미 또한 비빔밥과 다를 바 없다. 중국에도 골동반이 있지만 그것은 밥을 지을 때 여러 가지 재료를 넣는 것이라, 지은 밥에 재료를 넣고 비비는 우리의 비빔밥하고는 다르다. 최근 비빔밥을 “양두구육의 음식”이라고 방자하게 폄훼한 외국인이 다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비빔밥의 수려한 외양만 구경했지 각양각색의 재료를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서 한입 먹어봐야 알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참맛은 체험하지 못한 이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비빔밥은 동네마다 다르다. 전주비빔밥은 물론 진주화반, 해주교반이 유명하고 안동의 헛제삿밥도 그 특색을 자랑한다. 호암 문일평은 전주비빔밥을 평양냉면, 개성탕반과 함께 조선의 3대 음식으로 꼽은 바 있다. 전주비빔밥은 지역의 특산물인 콩나물을 많이 쓰는 것이 특징이다. 옛날식은 소머리를 푹 곤 국물에 밥을 짓고 뜸을 들일 때 콩나물을 넣어 같이 익힌 뒤 갖은 재료를 넣고 3년 이상 묵힌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것이다. 콩나물국을 곁들이는 것도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전주에서 올라와 명동과 인사동에 분점을 두고 있는 ‘고궁’은 전주비빔밥의 옛 모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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