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다른 글에서 비교적 근래에 만들어진 우리말 중에서 가장 멋진 말로 ‘삐삐’와 ‘깜빡이’를 든 일이 있다. 삐삐는 휴대전화에 밀려 거의 사라졌지만, 그 이름만은 휴대전화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핸드폰, 모바일폰, 휴대폰’ 등으로 불리는 휴대전화는 불행하게도 ‘삐삐’와 같은 좋은 이름을 얻지 못했다.
“오른쪽 깜박이와 왼쪽 깜박이를 번갈아 켜면 중도인가.” 중앙 일간지에 실린 칼럼의 한 구절이다.
깜빡이는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불빛이나 별빛 따위가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모양, 또는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부사 ‘깜빡’에 접미사 ‘-이’가 이어진 말이다. ‘깜박’과 ‘깜빡’은 느낌의 차이만 있을 뿐 의미로 나누어지지는 않는다. ‘깜빡’이 ‘깜박’보다 센 느낌을 줄 뿐이다. 사전은 느낌의 차이를 인정해 두 말을 함께 실어놓았다. 그러나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이르는 말로는 ‘깜빡이’만 실어놓았다. 어떤 사전은 ‘깜박이’를 ‘깜빡이’의 잘못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문 칼럼에서는 ‘깜박이’로 썼다. 사전적으로만 보면 잘못 쓴 말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사 ‘깜박’과 ‘깜빡’의 골라 씀은 자의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접미사 ‘-이’를 붙여 명사로 쓸 때에는 ‘깜빡이’로 통일한다는 것이 사전의 의도이겠으나, 언중에게 ‘깜박이’와 ‘깜빡이’ 중 하나를 골라 쓸 수 있을 정도의 권리는 있지 않을까.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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