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엠비의 법치는 법에 대한 치욕이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조국 교수와 함께한 제헌절…이승만의 “나 안해”에서 이명박의 “입닥쳐”까지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제 9화 헌법을 먹다 “말씀 좀 그만 하시죠.” 서해성이 점잖게 퉁을 줬다. 한홍구가 초반 제헌헌법이 뒤집어지는 과정을 침 튀기며 길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아니, 손님 불러놓고 우리끼리만 이야기하면 어떡해.” “당신이 물어봤잖아.” “조국 교수는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정다운 시비의 끝은 한홍구의 여섯 글자 농담이었다. “나 안 해, 나 안 해~” 이승만이 제헌헌법 제정과정에서 했다는 그 몽니였다. 오늘 게스트는 국가인권위원이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국(46). 서해성은 “세 친구가 모였다”고 표현했다. 동년배라서가 아니다. 색깔이 비슷한 ‘생각의 친구’라서다. 그동안은 정치인들만 불렀다. 일정한 긴장관계가 불가피했다. 오늘은 얼굴 붉힐 일 없었다. 한데도 싱겁지가 않았다. 질펀한 유머와 번뜩이는 은유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7월17일 제헌절에 즈음하여 헌법재판소 부근에서 벌어진 유쾌한 헌법 이야기. 노력하는 독자에게 조국 교수 친필 사인이 담긴 <성찰하는 진보>는 덤이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모두들 1987년 6월에 발로 헌법을 조금씩 썼죠?
한홍구(이하 한) 유인물을 너무 많이 찍다가 우리 집 중고 복사기가 순직했어(웃음). 조국(이하 조) 대학원 친구들과 함께 명동 일대를 뛰어다녔죠. 서 그렇게 만든 87년 헌법인데… 오늘은 헌법이 밥입니다.(웃음) 먼저 제헌헌법부터 드시죠. 한 제헌헌법은 태어나기 직전 뱃속에서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성별이 바뀌었지. 서 기구한 헌법의 팔자를 암시해버린 셈이죠. 한 이승만이 몽니를 부렸지. 여섯 글자로 줄이면 “나 안 해 나 안 해”야(웃음). 우는 아이 달래는 심정으로 대통령중심제를 하게 된 거죠. ‘시뻘건’ 임정헌법과 제헌헌법을 아십니까 서 이승만은 두 번이나 초대 대통령을 했잖아요. 임정에서도 했고. 한 초대 대통령을 두 번 하다 두 번 다 쫓겨났어(웃음). 서 임정헌법은 대통령제가 아니었거든. 그런데도 ‘대통령’ 명함을 파서 다닌 거야(웃음). 한 왜 직제에 없는 대통령 이름을 팔고 다니냐는 물음에 가카께선 이렇게 말씀했어. “헌법을 지키는 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근데 제가 아직 읽어보지 않았습니다.”(폭소) 조 이승만은 끊임없이 자신이 엘리트이고 왕족임을 강조했죠. 법적으로 통제받을 생각을 안 했으니 그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지. 전쟁 전의 좌우대립 상황이지만 이게 반영되어 의미 있는 조항들이 많이 들어갔죠. 87년 헌법보다 나은 게 많아. 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보다 더 빨갛죠. 조 이익균점권이 대표적이죠. 우파 노동운동가이자 초대 사회부장관 전진한의 노력으로 기업에서 월급 외 별도 이익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걸 헌법화시킵니다. 진보적 흐름을 외면할 수 없는 때였죠. 서 헌법의 상당 부분이 이른바 공유재산, 즉 봉건 청산과 적산 처리문제를 반영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흔히 ‘수꼴’이라는 사람들이 제헌헌법 정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텐데…뇌에서 쥐가 나겠죠? 한 ‘수꼴’들하고 토론 붙어보면 대한민국 정체성을 소리 높여 주장하면서도 제헌헌법을 읽어본 사람들이 없는 거야. 역시 이승만을 아버지로 모시는 사람다워. 조 단독정부 수립 당시 집권세력에겐 헌법이 별로 의미가 없었으니까 결국은 이익균점권도 실현되지 못했던 거죠. 한 헌법은 ‘헌 법’이 됐고, 새롭게 등장한 게 국가보안법이에요. 조 제헌헌법 전문(前文)에는 임시정부가 안 들어가거든요. 이승만이 원치 않았죠. 그러다 87년 헌법에 비로소 들어옵니다. 서 임시정부 건국강령을 보면 제헌헌법보다 더 강도가 높죠. 한 좌경용공보다 더한 연공(聯共)이에요. 중요산업 국유화가 임시정부의 일관된 정책이었고, 무상의료와 무상교육까지 들어 있죠. 서 자유당 정강정책도 맵고 빨갛죠. 한 자유당이 원래 붙이려고 했던 당 이름이 ‘노농당’이잖아요. 서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마디씩. 한 지킬 생각이 없었으니까(웃음). 조 헌법 자체가 겉치레인 것처럼 각 당 강령도 겉치레인 면이 있죠. 북에서 진척된 남녀평등이나 토지개혁 때문에 구호라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 한 전쟁 전후로 수십만명을 학살하면서 그 기억을 묻어버린 거지. 조 그게 바로 ‘오래된 미래’예요. 50~60년 전의 과거가 더 진보적인 건데 그 과거를 얘기하는 게 두려운 상황이 된 거예요. 우리의 경험과 투쟁을 통해 확보했고 지금도 의미가 있는 진보의 자산이 있어요. 한 그렇게 거슬러갈 것도 없어요. 박정희, 전두환 시절로만 가도 돼. 엠비정권 들어와 진보진영이 지키려는 정책은 죄다 박정희, 전두환 때 만든 정책이야. 여기 오기 전에 어디서 강연을 했는데, 전두환과 박정희 칭찬을 다 했다니까.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조 박정희, 전두환은 야만적 폭정을 일삼았지만 정통성 결여를 보완하려고 의미 있는 ‘진보’정책을 실행했어요. 국민건강보험, 고교평준화, 그린벨트, 과외 금지 등. 이명박 정부는 철두철미 소수 지지자 계급,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한 대변자 및 집행자 역할만 하고 있죠. 서 과외 금지가 조국을 오늘 서울법대 교수로 만들었죠(웃음). 이 정권은 진짜로 본격적인 자본가 권력이죠. 국가운영에서 공동체 개념이 휘발한 거죠. 독재보다 못한. 한 제헌헌법 전문이란 게 반 페이지도 안 되는데, 거기 두 번이나 나오는 단어가 ‘균등’이에요. 국민경제의 균등한 발전, 기회의 균등. 서 개헌사로 가보죠. 우리 개헌사엔 몇 가지 특성이 있어요. 거의 수능형태인데, 우선 밑줄정리가 잘돼 있어. 발췌개헌. 수학도 있어요. 사사오입(웃음)…. 이런 식이죠. 한 체육도 들어 있어, 몸싸움. 서 개헌 전후로는 주로 계엄령, 비상조치가 이뤄지고 국민투표가 실시되죠. ‘찬성해라’가 공포 분위기 속에 진행되어서 지지율이 유난히 높고. 그 사람들이 늘 ‘나는 국헌을 준수하고’라고 일본말 식으로 취임선서를 하곤 했는데 국헌대로라면 그 전에 이미 사라졌겠죠. 한 제3공화국 헌법은 비교적 독소조항이 없어요. 낙제는 면했어요. 조 유신헌법이 결정타였죠. 한 유신헌법이 헌법입니까?(웃음) 옛날엔 권력자가 개헌을 하려 하고 야당이 호헌을 하자고 싸웠는데, 헌법이 아닌 걸 헌법이라 부르게되니 독재자들이 호헌을 외치게 된 거죠. 청백군이 뒤바뀌었다고 할까. 조 유신헌법은 긴급조치의 하위법이었죠. 긴급조치를 보게 되면 정말 재밌는 게, 개헌을 요구하면 처벌하거든. 한 유신은 친위쿠데타였죠. 박정희는 헌법을 두 번 짓밟은 경력이 있는 셈이에요. 5·16과 10·17(유신). 가장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라면 헌법을 짓밟으면 저렇게 머리에 총 맞는구나 하는 거예요. 박근혜 의원이 늘 헌정질서와 헌법적 정체성을 강조하는데, 헌정질서를 짓밟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비극적으로 체험한 분 아닌가. 헌법 이야기를 할 때 그런 것에 무게를 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삼청교육대와 4·3 계엄령, 어? 법이 없었네 서 5공 헌법 때까지 가장 자주 바뀐 게 두 가지예요. 우선 최고권력의 성격과 기간이고, 다른 하나는 기본권을 얼마나 제약하느냐이지요. 유신과 5공이란 간선제와 체육관 아닌가. 한 약간의 차이를 숫자로 표현하면 4천명이 모이던 걸 5천명으로 늘린 거죠(웃음). 서 체육관이 장충에서 잠실로 옮겨가죠. 부와 지지기반의 이동과 상관있어요. 87년 헌법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조 헌법 전문에서 대한민국이 어디 서 있는지를 밝혀주고 있죠. 3·1 운동, 임시정부, 4·19가 다 들어갑니다. 서 5·18은 논박 끝에 결국 빠졌죠. 조 4·19가 들어감으로써 저항권을 승인했어요. 5·18은 빠지는 대신 각종 민주화운동 보상법 등을 통해 법률적 해결이 이루어집니다. 그 외 유신이나 5공 때 누락됐던 각종 기본권들이 대폭 강화되고 체포·구속이나 압수수색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방식이 제한되죠. 삼청교육대 경험도 있으니까. 법률적으로 보면 이게 보호감호 처분이었는데, 그 법은 삼청교육이 끝난 뒤에 만들어져요. 한 어? 법이 없었네.(웃음) 제주 4·3 계엄령도 마찬가지였죠. 계엄령 선포하고 보니, 어? 법이 없었네. 서 5·16 쿠데타 직후 강제근로는 법 없이 했지. 한 유신과 5공의 잔재를 뺀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타협으로 가다 보니 얼룩이 졌어요. 지금 헌법 지키자고 할 때 지킬까봐 겁나는 조항이 몇 개 있어요. 국가원로자문회의…. 조 전두환을 위한 거였죠. 전직 대통령이 의장을 하는…. 한 유신 잔재로는 국가배상법(군인과 경찰 등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 조항이 있죠. 조 우리 사법사상 가장 위대한 판결 중 하나가 유신 때의 ‘국가배상법’ 위헌판결이죠. 그게 뿔따구 나서 위헌논란을 없애려고 아예 헌법에 넣어버린 거죠. 서 87년 헌법에서 아쉬운 건 반민주행위자 처벌에 관한 부분이 언급되지 않은 거죠. 4·19 개헌에는 들어갔는데 말이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는 과거사 청산보다는 이거였다고 봐요. 조 소급효 문제를 형식주의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해방 뒤 친일부역자를 처벌할 수 없어요. 나치도 나치 법률에 따라 유태인들을 아우슈비츠에 보냈거든.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국가권력이 시민들을 소급법으로 조지지 말라는 의미에서 만든 건데, 국가 자신이 불법을 할 때는 달라야 하거든요. 소급효 금지로 보호를 할 수 없다는 게 제 주장이죠. 서 그와 관련된 조 교수 논문을 읽어본 적 있어(웃음). 반민주행위에 대한 기소와 재산권 제한문제는 역사의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죠. 조 아주 세게 이야기하시네(웃음). 서 그 논문 내용을 구어체로 바꾼 셈이니 ‘공동정범’이군(웃음). 조 반인권적 국가범죄 처벌에 대한 대중적 열망이 있지만, 그 절차와 범위가 중요합니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역풍을 받을 수 있어요. 서 87년 헌법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광주의 피와 박종철의 질식되어가는 숨소리와 최루탄 냄새가 함께 섞여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한 조 교수는 87년 헌법에서 개무시되는 조항들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 경제조항이라고 봐요. 서 헌법정신만 잘 살리면 한-미 에프티에이(FTA)도 무력화시킬 수 있어요(웃음).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주적인 자율과 발전 보장, 균형 있는 지역경제 육성…(조, 서) 숨차다. “원포인트 개헌이란 친이계의 권력연장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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