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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한나라당 무리수에 한칼을 날려라

등록 2010-08-12 23:29수정 2010-08-13 10:17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돌출행동이 역발상이라고 했다. 그런 상상력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돌출행동이 역발상이라고 했다. 그런 상상력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촐랑대는 좌파에서 천안함 이용한 우파까지, 홍준표 의원과의 논쟁 또는 의견일치
“천안함 사태 정부가 좀 이용…대통령 회견, 전쟁기념관에서 하자는 의견은 누가 냈는지…”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13화 보수가 말하는 ‘게임의 법칙’

“여기 소주는 없나?”

공식적인 직설 대담이 끝나자 초대손님은 술을 찾았다. 밤 10시였다. 그는 이야기를 마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뒤풀이까지 포함해, 직설은 자정을 넘겨 장장 6시간 진행됐다.

오늘의 게스트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자 서민정책 특위 위원장인 4선의 홍준표(56) 의원이다. 7월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했으나 안상수 의원에게 패했다. 2인자가 된 그는 얼마 전 단행된 당직인사를 놓고 “독식인사로 당의 미래가 어둡다”며 안 대표와 정면충돌했다. ‘언터처블’로 통하던 검사 시절의 기개를 간직한 듯, 여전히 직선형 인간이다. 그가 9일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기 전 시간을 냈다. 7일 토요일 저녁, 개각 하루 전이었다.

그의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언변엔 강약이 분명했다.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말하다가도, 합리적 반론에 부닥치면 바로 잘못을 시인했다. 너무 선선해 한홍구, 서해성이 허무감을 느낄 정도였다. 의견이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달랐다. 한나라당 속의 비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스피커’에 귀를 기울여 보자.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대뜸) 성격이 급하죠?


홍준표(이하 홍) 참으면 병 생기지.

한홍구(이하 한) 뒤끝 없기로도 유명하던데.

아침에 일어나면 다 잊어버려.

평소 말투가 직설이잖아요. 그래서 모신 거고. 얼마 전엔 신임 당대표에게 한칼 날렸는데.

에이, 그건 다른 거지.

부자에겐 자유를, 가난한 자에겐 기회를!

서민정책에 관심 많은데, 서민이 대체 누군가.

학자적 용어로 기준을 논하기들 하는데, 힘들게 사는 사람이 다 서민이에요.

엠비정부 기준으로 금융자산 10억은 가져야 서민이라는 말이 있어요.

가령 작은 음식점으로서는 카드 수수료 내리는 게 큰 의미가 있죠. 하나하나 접근하자는 거죠.

미소금융, 보금자리주택, 학자금상환제. 세 가지 빼면 서민정책이 없다고 홍 의원 스스로가 단호하게 말해왔잖아요.

나는 그래 보고 있죠.

엠비 출범 뒤 서민정책이 없었다는 뜻이 되는 거죠. 10억 어쩌고 한 게 괜한 말만은 아니라는 거죠.

엠비가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한 지 1년 됐는데 내각이나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는단 말을 했어요.

지난 전당대회 때 쭉 서민정책 필요성을 제기했죠?

서민경제에 대한 건 헌법조문에 다 나와 있다는 말도 했어요. 조문대로라면 대통령이 친기업 운운하기만은 쉽지 않죠.

왜 정권 초기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했겠어요. 노 정권 5년 동안 워낙 반기업 정서가 팽배했던 바람에.

그건 반대세력이 집권하기 위해 만든 말일 뿐이었지요. 노 정권이 이 정권보다 기업과 더 가깝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어떤 게 반기업 정서였는지 구체적으로.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네. 야당에서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는데 그건 내가 원내대표였을 적에 합의처리했거든. 정부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요청했을 때도 협의해 결정했죠.

합의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서민정책 제대로 하려면 세제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간접세는 대부분 서민들이 내고 직접세는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니, 직접세 높이고 간접세 낮추는 게 맞죠. 그래야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로 가는 거지.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겠는걸요.

생각보다 몇 사람 안 돼요. 엘모, 엔모.(웃음) 이종구, 이한구, 나성린, 유일호 정도. 강남에 지역구 있는 의원들이지.

한나라당이라는 세력 내에서 할 수 있는 친서민정책의 한계가 분명히 있을 텐데. ‘친’서민은 되어도 서민은 못 되는.

나는 ‘부자들에게는 자유를,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주자’고 말해왔죠. 정부나 사회정책도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좌우 가릴 것 없이 좋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게 국가 의무죠. 헌법 119조 2항.

민주당 의원 평균치보다 개혁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거든요, 지금.(웃음) 그렇다면 굳이 한나라당 있을 필요가 없지 않나.

민주당은 얼치기 좌파들이지.

그럼 진짜 좌파를 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있다는 겁니까?(웃음)

나는 그저 ‘부자에게 자유를, 가난한 자에게 기회를!’(폭소)

멋있는 말이긴 한데…. 서민들은 지금 엠비정부를 ‘기회봉쇄정부’로 보고 있어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웃음) 내가 한국 좌파를 분류한 적 있어요. 촐랑대는 좌파, 비아냥거리는 좌파, 얼치기 좌파, 당당한 좌파, 합리적인 좌파로 다섯 가지. 각각 그게 누군지는 알아서 판단하세요.

우파도 마땅히 분류를 해야죠. 분류는 요릿감 삼은 거니까. 고상한 말로 대상화.

이런 생각들이 당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나.

잘 먹혀들어가지 않지.(웃음) 한나라당에는 부자도, 엘리트 집단도, 전문가들도 많아요. 그 사람들은 정치를 안 해도 먹고살 길이 있는 사람들이지. 그분들은 대개 이런 생각에 심드렁해하죠. 돌출행동한다고 하고. 실은 역발상인데, 그게 잘 통하지 않는 게 한나라당이라서. 안타깝지.

상상력과 한국의 정당은 거리가 멀죠.

1+1이 2가 되는 건 산수고, 1+1을 백, 천으로 만드는 게 정치적 상상력인데. 그게 풍부한 사람이 이끌어가는 사회와 정치에 희망이 있는 거지.

이학수 사면은 옳지 않아

근래 입술에 힘주고 하는 말들이 다 대권 주자 노리고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 길이 있다면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웃음)

고작 당 대표에게 원투 스트레이트 날리는 걸로 될까 하는.

그건 다른 문제라니까. 한나라당을 바르게 만들자는 거지. 그래야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고 2012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 텐데. 처음부터 저런 식으로 독선하면 당이 어려워져. 그걸 경선불복으로 몰아붙이는 건 방향착오죠.

휴가 때 ‘후흑론’(厚黑論 : 두꺼운 얼굴과 검은 마음을 가져야 나라를 통치할 수 있다는 내용) 읽겠다 했는데, 한국 정치인들 얼굴이 이미 두껍지 않나.

어떤 시트콤에서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배꼽을 뺐는데, 뻔뻔해지는 걸 글로 배워서 되겠나.

‘대’정치인은 우회적으로 표현도 하고 중의법도 써야 하는데, 얼굴 두껍고 흑심 가진 사람 상대하는 법도 배워보자는 거지.

한국에선 왜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 성공하죠?

예로부터 바르게 사는 사람은 단명을 하죠.(씁쓸)

노무현 대통령도 단명했는데, 그는 성공한 대통령인가, 실패한 대통령인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봉하가 우리 고향에서 오십 리 남짓밖에 안 돼요.

법률가로서, ‘얼굴 안 두꺼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공정했다고 보는지.

검사생활 11년 동안 나는 이른바 ‘하명수사’를 한 일이 없어요. 그건 말 잘 듣고 능력 있는 사람한테 맡기지. 노 대통령 사건은 어떻게 보면 하명사건이죠. 대선자금 수사에서 보듯 하명수사는 노무현 집권기간에도 있었고. 나는 가장 큰 실수가 노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 결정을 빨리 하지 않은 거라고 봐요. 구속 여부를 신속하게 했어야지. 전직 대통령 수사를 하면서 이래저래 모욕감을 주는 행동을 한 셈이죠. 그건 본래 수사 취지와는 어긋나고.

광복절은 일제에서 해방된 날인데, 언제부터인가 기업인들이 해방되는 날이기도 하거든요. 잡범들 사이에 껴서.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이건희 회장이 단독사면됐죠. 애써서 집어넣었는데 대통령이 특사로 풀어주면 검사는 기분이 어떤가요.

1995년 8·15 땐 박철언 전 의원을 비롯해 내가 수사해서 집어넣었던 많은 사람들이 사면됐어요. 그때 현직 검사 신분으로 사면을 비판하는 글을 시사주간지에 썼지. 근데 이건희 회장은 내가 대한태권도협회장으로 나서서 사면해주는 게 좋겠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한 적이 있어요. 사면 안 하면 아이오시(IOC,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서 잘리게 돼 있었어요. 태권도 올림픽 잔류를 위해서도, 동계올림픽 유치도, 이 회장 한명 묶어두면 뭐하겠냐(웃음) ‘사면해주자, 마’, 나도 사실 선거법 위반으로 사면된 적 있고, 대통령도 선거법 위반으로.

그거랑 다르죠. 법 하는 양반이 앞뒤 안 맞는 말을 꿰다 맞추면….

(말없이 급히 담배만 찾음)

담배 피우지 마시고!

사실 무기징역 감인데.(웃음) 사면권 행사를 좀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폭소)

이번에 이학수 부회장에 노건평 끼워 팔기는.

안 하는 게 맞죠.

현직 검사라면 4대강 사업 반대한다고 보 위에서 시위하는 환경단체 회원들한테 물 갖다주는 걸 막겠는지.

물… 그런 건 하게 해줘야죠.

법률가로서 촛불집회 때 유모차 끌고 나온 어머니들을 아동학대죄 어쩌고 하면서 끌어다 조사한 걸 어찌 생각하는지.

촛불집회 끝나고 두달 뒤쯤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지시사항이었죠. 그렇게 조사가 시작됐고, 적용은 되지 않았지만.

“촛불집회 아동학대죄 조사는 나도 충격”

몰랐는데… 진짜라면 잘못됐네요.

홍준표의 모래시계는 계속 작동하는 건가.

그러려면 계속 뒤집어야지.

모래시계의 의미는 권력의 유한성이에요. 처음엔 가득 차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지. 권력 후반기에 힘 빠지는 건 당연한데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고 무리수를 행할 때 불행한 권력이 되죠.

이 정권은 어떻게 되리라 보는가.

대통령이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자라고 믿어요. 무리수를 두지 않으리라.

미네르바 구속, 피디수첩 수사 등 시민사회에서는 이 정권이 이미 집권 초반기에 엄청난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죠. 홍 의원 같은 분이 유모차 아동학대죄 조사를 몰랐다는 게 정말 충격이네요.

아동학대죄… 나도 충격인데.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인데, 이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뉴라이트는 일제를 근대의 아버지라 불러요. 식민지근대화론이 정당하다고.

뉴라이트가 등장한 시점이 2004년 가을이죠. 노 대통령이 그해 봄 탄핵에서 살아 돌아와 8·15에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을 하자고 말하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일제강점기를 미화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용서가 안 되는 거죠.

그들이 현 권력의 이데올로기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 않나. 청와대에서 밥도 같이 먹고 하던데.

면면히 내려오는 한국 지배층은 토지자본가들이죠. 지난번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정책)를 이야기했을 때도 당내에서 우스운 사람으로 간주했어요. 조지 헨리의 토지공개념을 깔고 있는 건데. 우여곡절 거쳐 작년 4월 법제화는 됐지만, 단 한 건도 실행하고 있지 않아요. 한국 사회 저류를 흐르는 토지자본 문제는 제대로 된 변화를 위해 꼭 검토해봐야죠.

한국 역사에서 토지자본가의 대표적인 인물이 인촌 김성수 선생일 텐데.

그건 이야기하지 마, 나 고려대학교 나왔는데.(웃음)

인촌 비난하려는 게 아니고요. 인촌이 48년 농지개혁 수용하던 그런 정신에 비해서 지금 한국의 보수세력이 훨씬 후퇴한 게 아니냐는 거죠.

부동산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있으면 양극화 심화를 막을 수 있죠. 서민정책 중 첫째가 서민금융제도, 둘째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도급구조 개선, 그다음이 토지정책의 변화라고 생각해요, 난.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한국 사회개혁 핵심어젠다와 거의 일치한다는 거 알죠?

우연의 일치겠지.(웃음)

요즘 ‘천안함 폭탄주’가 유행이라는데, 5공 때는 전두환 고도리가 유행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풍자, 희화화된다는 건 대중적 불신을 반영하는 거죠.

천안함사태를 이 정부가 좀 이용한 거 같아요.(웃음) 대통령이 천안함사태 회견을 전쟁기념관에서 하자는 아이디어를 대체 누가 냈는지, 참.

한-미 동맹만 강화되는 바람에… 가령 지금 이란에서 경고를 보내고 있죠. 미국 제재에 가담하면 석유 끊어버린다고. 얻은 게 별로 없다는 거죠.

오죽하면 노 대통령이 좌측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을까요. 자주를 주장하다 돌아선 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불가피한 조치였죠. 지금은 미국과 협력관계가 더 그렇지 않나.

미국과 등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집권세력을 보면 중국을 너무 모르거나 얕잡아보는 듯해요.

국제정세가 흔들린다는 고민이 당내 일각에 있는 게 사실이죠. 천안함 이후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갈등관계가 깊어지고 있잖아요. 최근엔 리비아까지.

진보, 보수를 떠나서 좋을 게 하나도 없죠. 어서 천안함에서 하선해야 해요. 외교가 침몰 직전인데.

외교에서 총체적 난맥상인데다가 장관이 젊은 애들한테 북으로 가라고… 이런 발언이 나오면 좀 말리는 사람이 없나요.

“북에 가서 살아라”는 연임 노린 충성발언

비자는 면제해주는 건가요? 투표에서 여당 안 찍으면 비자가 면제되는구나.(웃음)

개각을 앞두고 연임하려고 과잉충성 발언을 한 것 같죠?

‘외교는 개떡 만들어 놓고 이런 발언이나 하는 자는 연임시키면 안 된다’고 엠비한테, 집권세력 내부에 대고 말해야죠.

북한공격이라는 걸 단 한마디도 언급한 일이 없는 야당 태도도 문제죠.

국방과 외교가 이렇게 한꺼번에 파탄이 난 적은 일찍이 없었죠. 제대로 책임을 묻고 밑바닥에서부터 수습을 안 하면 큰일 날 겁니다.

이 직설이 실리면 9할이 안티 댓글일 수 있어요. 나와는 생각이 다를 뿐 안티도 팬이죠. 한국 사회가 건전하게 가려면 좌우날개가 같은 힘을 가져야 해요. 국민한테 정말 절실한 것은 내 집 갖기, 내 자식 잘되기, 내 건강 챙기기죠. 그런 소박한 꿈만 충족시키면 국가가 편해져요. 아, 그리고 문민정부를 시작으로 ‘말 좀 하고 살자’도 하나 추가됐죠.

우익 보강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우익이 너무 강해서가 아니라 너무 약해서 탈이에요.

게임법칙을 지키는 보수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래야 목을 베기에는 참 아깝다 하는, 적에 대한 애정과 관용이 비로소 가능한 거죠. 거꾸로 흐르는 모래시계는 사유화된 권력의 환상일 뿐이죠.


■ 직설잔설

럭비의 매력

디제이와 노무현에 대한 저격수. 여당의 4선 중진의원.

뜻밖이었다. 여전히 그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갖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그가 전당대회 결과에 불복하고 ‘몽니’를 부린다고 했지만, 만나보니 그의 분노는 뿌리 깊었고, 건강했다. 홍준표는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원내대표도 해 보았으나, 국회 일만 하는 원내대표로는 당을 바꿀 수 없어 당 대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만 선거에서 떨어졌다.

사법시험에서 과락을 먹고 떨어진 어느 겨울밤, 아버지가 계신 울산에 내려갔다고 했다. 영하 15도. 칼바람 부는 바닷가의 체감 온도는 25도쯤은 되었다. 아버지는 일당 800원짜리 현대조선 경비원이었다. 모래밭에 모닥불 피워놓고 플라스틱 목욕탕 의자에 앉아 계신 아버지의 등판을 보며 ‘홍판표’는 피눈물을 흘리며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결심을 했다. 군사독재는 민주주의로 바뀌고, 한국은 세계 9위의 수출국이 되고, ‘홍판표’라는 이름은 홍준표로 바뀌고, 집권당의 서열 2위 최고위원이 되었건만, 홍준표는 여전히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도 그에 대해 ‘통제 불능’이라는 보고서가 올라갔다고 한다. 축구선수, 야구선수, 농구선수에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은 참으로 거북한 존재일 것이다. 축구 시즌도 끝나고, 야구 시즌도 끝나고, 농구 시즌도 이래저래 다 끝나가는 마당이라면 럭비의 매력에 한번 푹 빠져봄은 어떤가. 이대로 가면 부자나라가 아니라 부자만의 나라가 될 게 뻔한 한국을 바꾸기 위하여.

한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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