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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닭과 공직자 / 권태선

등록 2010-08-16 21:34

권태선 논설위원
권태선 논설위원
조선시대 유명한 실학자 성호 이익은 사물을 관찰하다 보면 깨닫는 게 있다며 닭을 관찰한 일에 대해 썼다. 닭은 서로 다투며 먹이를 찾는데, 먹이만 있으면 책상이든 돗자리든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짚신을 밟아 더럽히기도 한다. 쫓아버리려고 휘두르는 지팡이에 더러 맞기도 하지만, 닭은 잠시 물러나는 체하다가 어느새 돌아서 다시 먹이로 돌진한다. “먹는 것은 이롭고 지팡이에 맞는 것은 해롭지만, 얻어맞는 것은 가볍고 먹는 것은 중하니 아픔을 참으며 먹이를 다투는 것”이라는 게 성호의 설명이다.

성호는 이런 닭에서, 이해득실에 따라 편을 가르고 감투를 좇는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죄를 지어 문책을 당하는 것은 괴롭고 벼슬을 얻는 것은 이롭지만, 문책은 가볍고 벼슬이 주는 권력은 크니 벼슬만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 장차관 등으로 뽑아놓은 인사들 가운데 일부의 행태를 보면 성호의 이 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청문회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위장전입 등 각종 불법·탈법 행각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는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설을 제기해 ‘부관참시’를 시도하고,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의 통한의 절규를 동물의 울부짖음으로 폄훼했다. 출세를 하려면 이상득·이재오 등 최고 권력층에 줄대기를 해야 한다는 ‘지당한’ 주장도 했다.

성호는 이런 작폐를 없애려면 불법과 탈법을 일삼는 이들은 벼슬을 더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정권에서 위장전입이나 부동산투기 등 탈법 행위는 결격사유가 아니라 자격요건처럼 됐다. 막말이 문제가 된 조 후보자처럼 몰상식하면 할수록 승진하는 이상한 일도 벌어진다. 닭보다 못한 인간들이라는 성호의 개탄이 귀에 쟁쟁하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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