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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보리, 가난의 상징에서 건강식품으로

등록 2010-08-31 18:16

곡식도 시대를 잘 타고나야 출세를 한다. 과거에 보리는 가난을 상징하는 양식이었다. 묵은 곡속은 떨어지고 햇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음력 4~5월을 보릿고개라 했다. 춘궁기라고도 했던 그 시기에 농촌에는 먹을 것이 없어 산에 가서 고사리·도라지·고비 등 산나물과 소나무 속껍질 송기와 솔잎을 따고 들에서는 냉이·달래·쑥 같은 푸성귀를 뜯어다 알곡을 미량 섞어 끓인 죽으로 연명할 정도였다. 걸식행각에 나서는 이들도 많았다. 오죽하면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고 했을까.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견디다 보리가 나오면 비록 꽁보리밥이라도 끼니를 때우는 것이 행복하던 때였다. 밥을 짓기도 힘들고 어렵사리 지어놔도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것이 먹기가 힘들어 궁핍한 이들의 식량 노릇이나 하던 천더기가 보리였다. 요즘도 어릴 때 많이 먹은 이들은 보리밥이라면 진저리를 낸다. 보릿고개가 어디에 있는 고개냐고 묻기도 하는 요즘 세대로서는 어림조차 하기 힘든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 신세였던 보리가 근자의 웰빙붐을 타고 신분이 수직상승하였다. 참으로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보리를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을 정도이다. 따지고 보면 보리는 내력 있는 건강곡물이다. 옛 의서도 다섯 가지 곡식 중 으뜸이라는 의미의 오곡지장으로 꼽았고,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체력보강을 위해 보리를 즐겨 먹었다는 일화가 다 전해질 정도이다. 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보리밥은 우리들의 기억에서 지우지 말아야 할 음식이다.

서울 삼청동의 고향보리밥은 도심에서 향수에 젖고 싶다면 들러볼 만한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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