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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역설] 부하를 때려?

등록 2010-09-17 18:36

백승종 역사학자
백승종 역사학자
정종 2년(1400) 재상 최운해와 송제대는 그들보다 직위가 훨씬 낮은 서원군수 박희무를 폭행했다. 최운해 등은 중국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오는 길이었다. 그들은 서원군을 지나다 잠시 쉬었는데 접대가 시원찮았다. 그래서 군수 박희무를 추궁하다가 폭력사태를 빚고야 말았다. 박희무는 두 재상을 즉각 사헌부에 고발했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사헌부는 최운해는 귀양 보내되, 송제대는 정상이 참작되므로 무죄방면하자고 말했다. 송제대는 당시 조정의 실권자 이방원(태종)의 인척이었다. 정확히 말해, 그는 세제(世弟) 이방원의 장인 민제의 처형이었다. 약삭빠른 사헌부 관리들은 이 일로 이방원의 미움을 살까봐 사실을 왜곡해가며 송제대의 무죄를 강변했다. 그러나 문하부(사간원의 전신)는 사헌부의 이런 처사를 용서하지 않았다. 권세에 아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태를 지켜보던 이방원은 그래도 조정에 쓸 만한 사람이 있다며 웃었다. 결국 송제대와 최운해는 모두 다 귀양을 가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사실이다.

실권자 이방원은 국가기강을 중시했고, 그래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리들의 폭력행위가 엄단되었다. 이것이 실은 조선의 국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기강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광해군 때 좌승지 이위경은 도승지 유경종과 재산을 놓고 다투었다. 바짝 화가 오른 이위경은 도승지 부부를 찾아가 욕설을 퍼붓고, 그 손자를 구타했다. 분풀이는 하급관원 황길남 집에까지 번져, 애꿎은 그 아내는 이위경의 손에 치마가 벗겨지고 손찌검을 당했다. 이위경에게 비난이 쏟아졌지만 광해군은 꿈쩍 안 했다.(<응천일록>)

전교조 탄압으로 말썽이 많던 어느 사립학교장이 최근에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을 매질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풍경이다. 그때는 공직사회는 물론 기업체에서도 상관이 부하를 폭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런 막무가내가 지금 다시 활개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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