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기자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의 가사는 ‘원 나잇 스탠드’에 실패한 존 레넌의 경험담이다. 여자 집에 놀러 가 와인을 마시며 새벽 2시까지 견뎠으나 결국 혼자 욕조에서 자게 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자는 벌써 나가고 없었다. 그래서 복수심으로 여자가 자랑하던 노르웨이산 가구에 불을 붙인다는 내용이다. 레넌은 이 가사를 아내 신시아와 알프스에 놀러 갔을 때 썼는데, 아내가 알아차릴 수 없도록 가사에 연막을 쳤다. 공동 작사가인 폴 매카트니는 이 제목이 싸구려 소나무 목재(가구)를 뜻하는 거라고 설명한다. ‘싸구려 소나무’(cheap pine)보다는 ‘노르웨이산 가구’가 제목으로 더 그럴듯했다고 한다. 불을 붙인다는 아이디어도 매카트니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도 노르웨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 와타나베는 독일 함부르크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클래식 연주로 편곡한 비틀스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18년 전의 추억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노르웨이산 가구를 노르웨이의 숲으로 번역한 것은 오역이 아니라 의도적인 게 아닐까. 왠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오로라의 나라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한국에서는 원제 그대로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번역한 판본들보다 <상실의 시대>가 가장 많이 팔렸지만 말이다.
오는 30일에는 우리 영화 <노르웨이의 숲>(감독 노진수)이 개봉한다. 비틀스 노래와 하루키 소설이 그러하듯 노르웨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노르웨이가 아닌 한국의 야산(숲)에서 벌어지는 소동극인데, 타란티노나 코언 형제처럼 삐딱한 방식으로 호러와 코미디, 슬래셔 장르를 갖고 노는 영화다. 제목을 노르웨이의 숲으로 한 건 감독이 하루키처럼 비틀스 노래를 좋아하고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은 이렇게 장르를 바꿔 가며 오래 살아남는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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