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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부대찌개

등록 2010-10-04 09:53

부대찌개는 서글픈 우리 근대사의 산물이다. 부대찌개는 참혹했던 6·25사변의 부산물이다. 전쟁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시지와 햄 등을 끓여 먹은 것이 부대찌개의 내력이다.

얻어먹는 것도 감지덕지였던 시절이지만 그 생소하고 느끼한 식재료가 도무지 우리 입엔 맞질 않아서 김치, 고추장과 각종 양념을 섞어 끓여 먹은 것이 부대찌개의 시작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 시절의 미군부대는 풍요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서구문화의 창구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통해 코카콜라를 처음 알게 되었고 양담배를 접했으며 심지어는 팝송과 로큰롤까지 소개받았다. 그런 곳에서 기름진 먹을거리까지 공급받는 것은 과분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과정이 불법이라 때로는 쓰레기더미 속에 숨겨 유출되는 것이 유감이라면 유감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당시에는 먹고살기에 급급해서 되는대로 만들어 먹다 우연히 탄생하게 된 음식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부대찌개는 요즘 유행하는 퓨전요리의 원조라 할 만하다.

오래전 존슨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존슨탕이라는 생뚱맞은 별칭을 얻기도 했고 요즘에 와서는 부대찌개 축제를 여는 도시까지 다 생기는 것을 보면 음식도 세월을 잘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살 만해진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부대찌개 같은 음식을 즐겨 먹는 것도 의외인데 그들이 그걸 먹으면서 전쟁의 아픈 상처까지 기억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서울 강남 신사동의 금성부대찌개는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20여년째 부대찌개로 명성을 얻고 있는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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