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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단식+촛불 / 정석구

등록 2010-10-06 19:44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단식은 종교의식에서 비롯됐다. 단식(금식)을 뜻하는 아랍어 ‘사움’은 알라에게 순종하고 알라의 은총에 감사하기 위해 내 안의 욕망과 싸우는 정신적 훈련이자 실천을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물질적·육체적 쾌락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고 번뇌를 극복하는 수행의 한 방법으로 단식을 받아들인다. 예수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을 했고, 천주교에서는 지금도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맞춰 금식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단식’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성균관 유생들이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식당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단식) 권당이란 관행이 있었다. 단식으로 가장 유명한 이는 마하트마 간디다. 그는 1913년 남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해 단식을 시작한 뒤 인도 독립 등을 요구하며 17차례나 단식을 했다. 지율스님도 천성산 터널공사에 반대해 2003년부터 3년 동안 총 241일에 걸쳐 단식을 했다.

촛불은 종교와 밀접히 연관돼 있고,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단식과 일맥상통한다. 불교에서 촛불은 어두운 사바세계를 밝히는 지혜의 빛이다. 기독교에서는 자기희생을 통해 온 세상의 빛이 된 그리스도를 상징하기도 한다. ‘종교적 촛불’은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 이후 본격적인 ‘정치적 촛불’로 타올랐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촛불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단식과 촛불은 비움이고 희생이다. 자신을 비우고 스스로를 불태움으로써 타인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경고하고, 모두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기원한다. 그런 단식과 촛불이 만났다.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어젯밤까지 2박3일간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단식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그들의 요구는 지극히 평화적이고 생명친화적이며 소박하다. “생명의 강은 흘러야 합니다.”

정석구 선임논설위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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