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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방법은 있다

등록 2010-10-29 20:35

백승종 역사학자
백승종 역사학자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외교의 비법을 물었더니 대답이 이랬다. “어진 임금은 나라가 작아도 문명한 나라를 섬깁니다. 그리고 현명한 임금은 강대국을 떠받듭니다. 문명이 앞선 나라를 섬기면 천하를 얻을 수 있고, 강대국을 따르면 안전합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 지혜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론이 안 통할 때도 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제와 초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과연 어느 나라를 섬겨야 할지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봐 염려한 등 문공이 맹자 앞에 자국의 현안을 꺼내놓았다.

“방법은 있습니다. 성벽을 따라 해자를 설치하고, 백성들과 함께 성을 지키십시오. 왕께서 죽을 각오로 싸우시면 백성들도 나라를 버리지 않습니다.” 국제적 환경이 열악하면 섣부른 외줄타기 대신, 내정에 힘을 쏟으라고 맹자는 충고했다. 그래도 문공의 해묵은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강대국 제나라가 이미 국경을 침범해 왔노라고 이실직고했다. 맹자의 충고는 한결같았다. “오직 선을 힘써 행하십시오.” 왕도정치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뜻이었다. 요샛말로 위아래가 잘 소통해서 서로 굳게 연대하고 국가공동체의 지향점을 잃지 않으면 얼마든지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스위스와 스웨덴 등 유럽의 강소국들은 어느 강대국보다 평화롭게 살기도 잘 산다. 그들의 오늘은 100년 전 한국이 열강의 틈새에서 서투른 곡예를 벌이다 멸망한 것과 대조적이다. 선각자 함석헌은 구한말의 비극을 가슴아파하며, 우리가 “갈보 노릇을 했기 때문에 모든 아름다움이 다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어느 유력인사가 한국의 최고권력자를 평화의 ‘훼방꾼’이라 비판했느니 말았느니, 여야가 한참 입씨름을 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특정 강대국에 줄서기보다 소중한 일이 많다. 겉만 요란한 “지(G)20 회담”보다 시급한 일이 많다. 맹자의 지혜를 좀 빌리자.

백승종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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