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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순대

등록 2010-10-31 19:35

순대는 요리 족보에 없던 음식이다. 비슷한 것을 먹어온 역사는 오래지만 돼지고기로 만든 순대라는 음식명은 19세기 말에 나온 <시의전서>에 처음 등장한다. 그 이전에 존재한 순대의 원형들은 갖가지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었다.

17세기 중반에 출간된 <음식디미방>에는 개의 창자에 개고기를 만두소 버무리듯이 하여 가득 넣는 개장(犬腸)이 소개되어 있다. 그 뒤에 나온 <증보산림경제>나 <규합총서>에는 소 창자에 속을 가득 채워서 찌는 우장증(牛腸蒸)이 보인다. <주방문>에는 역시 소의 창자에 선지를 넣어 삶는 황육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함경도에서는 예로부터 명태의 뱃속에 여러 가지 소를 채워서 해먹는 동태순대가 유명하다. 강원도 사람들은 오징어로 만든 순대를 먹었다. 조선 후기의 요리서 <수문사설>에도 어장증이라는 생선순대가 수록되어 있다. 시의전서에는 민어 부레를 피로 쓰는 어교순대가 있다.

중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순대를 먹었다고 하는데 6세기에 나온 농서 <제민요술>에는 양반장도(羊盤腸搗)라는 순대요리가 기록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원나라의 요리서 <거가필용>은 순대를 관장(灌腸)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아마도 순대를 만들려면 먼저 창자를 씻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으나 그리 식욕을 돋우는 명칭은 아니다. 몽골에는 게데스라고 하는 순대요리가 있는데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많이 먹었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서양 사람들의 소시지도 순대의 일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함경도찹쌀순대는 엇구수한 순댓국과 가자미식해로 이름을 얻고 있는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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