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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검사실명제

등록 2010-11-07 18:32

조선 정조 때 만들어진 <심리록>은 1775~99년 벌어진 형사사건 판례집이다. 사건 발생 때부터 최종 판결 때까지 수사 및 판결 과정을 담았다. 예컨대 어보(옥새)와 직첩(임명장)을 위조해 판 박선 등의 옥사는 1778년 7월 포도청에서 시작돼 형조를 거쳐 꼬박 6년간 이어지는 동안 해당 관청의 보고와 임금의 판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기록문화의 당대 최선진국답게 그 정황이 생생하다.

이 책 앞부분에는 형사사건 처리절차도 실려 있다. 특히 사형죄의 최종 판결을 위해 관련 기록을 임금에게 제출하는 결안(結案) 절차로는, 근각(根脚)과 함께 장함(長啣)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근각이 죄인의 생년월일과 용모, 죄상을 기록한 서류라면, 장함은 결안 작성에 관여한 사법 관리들의 관직과 이름을 적고 서명을 받은 문서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는 것일 터이다. 실제로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재판을 맡은 관리가 ‘그른 줄 알면서 잘못 처결한 것과 고의로 지연한 경우는 영구히 서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요즘도 장함과 비슷한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종걸 의원 등이 지난 7월에 낸 ‘수사검사 실명제’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판결문에 공판 관여 검사 말고 실제 수사와 기소를 한 검사까지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부실 수사나 기소권 남용 등을 미리 견제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이에 반대하는 검찰도 2006년엔 ‘경찰의 무분별한 수사’를 비판하면서 ‘경찰 수사실명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 대포폰’으로 검찰의 부실 수사가 확연해지면서 수사실명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법원에선 지금도 수사검사 실명제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책임자들의 실명도 밝혀야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 노환균, 1차장 신경식, 특별수사팀장 오정돈….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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