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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국유화하실래요? 청년대장 옹위하실래요?”

등록 2010-11-12 08:34수정 2010-11-12 11:15

MB정권이 출범한 뒤 미운털이 박혀 학교에서 쫓겨났던 진중권씨. 그는 진보진영이 합의할 미래의 사회모델로 ‘유럽 사회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MB정권이 출범한 뒤 미운털이 박혀 학교에서 쫓겨났던 진중권씨. 그는 진보진영이 합의할 미래의 사회모델로 ‘유럽 사회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시대의 검객 진중권이 진보세력에 던지는 쓴소리와 ‘G20 정권’을 향한 조롱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독설과 직설의 만남

독설에 모터를 달았다.

다다다다다다…초고속이다. 두 시간 말했는데 네 시간치 분량이 나왔다. 숨가쁘게 논리를 드리블해가면서도 표적을 빈틈없이 타격한다. 오늘은 필리핀 비행 공연(!)을 잠시 마치고 돌아온 논객 진중권(47)씨다.

그는 올해 3월부터 필리핀 세부를 오간다. 학생비자로 59일을 채운 뒤 한국에 돌아왔다 다시 들어가는 식이다. 필리핀에선 10인승까지 몰 수 있는 상업용 조종사 면장을 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 100시간을 마쳤고, 앞으로 50시간이 남았다. 교육생이지만, 동시에 초경량비행기 분야에선 교관으로 활약중이다. 요즘엔 항공사진에도 푹 빠졌다. 처음엔 지형지물을 익히기 위해 찍었는데, 이젠 미학적인 완성도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실제 그가 보여준 세부의 바다와 섬 사진은 황홀했다.(트위터에서 “왜 필리핀에 가셨나요?” 묻지 마시라. 똑같은 질문들에 답변을 날리다 지쳤단다.^^)

가족을 베를린에 둔 그는 한국에선 동가식서가숙이다. 서울에 정해진 거처는 없다. 경남처럼 먼 곳에 강연을 가면 풍광 좋은 인접 지역을 며칠간 여행한다. 글을 쓰거나 작업할 일이 있으면 피시방을 찾는다. 소통은 주로 트위터로 한다. 매일 음악 한 곡씩을 ‘오늘의 선곡’으로 올리고 정치·사회 현안에 부지런히 코멘트를 단다. 그럼에도 진중권씨의 얼굴이 반갑다면, 아마도 이 공간이 종이신문인 까닭이리라.

그를 딱 한마디로 뭐라 소개해야 할까. 예전엔 ‘진보신당 삐끼’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탈당했다. “저요? 키보드 워리어죠.”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홍구(이하 한) 진 선생 링에 잘 안 오르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이 직설 하느라 욕 무지 많이 먹은 거 아세요?

진중권(이하 진) 내 가치 알아주는 사람이 최소한 두 분이구나.(웃음) 순망치한이라고.

서해성(이하 서) 파시즘이랄까, 이런 것들과 싸운 계기가 있었죠?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됐는데.

1997년 이인화(당시 계간지 <상상> 편집위원)라는 자 때문인데, 악마주의 테마를 가지고 미술사에 대한 원고를 써 달래요. 낭만주의 시대 악마의 예술적 천재성에 관해 써서 보냈는데, 잡지 전체 맥락상 그 예술적 천재가 박정희라는 거야.(웃음) 강간당한 느낌이었어요. 반론도 안 실어주고. 그 반론 원고가 <문학동네>로 간 거예요. 반응이 좋으니까, 그쪽에서 똑같은 짓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조갑제에 관해 써 달래요. 이번엔 <조선일보> 때문에 못 실어주겠대. 돌고 돌아 <인물과 사상>으로 갔어요.

강준만 교수와 인연이 트였군요.

통장 가압류, 크리스마스이브의 악몽

재밌다면서 또 한 사람 조지래. 이문열이래요. 그렇게 세 편이 나갔어요. 그때 마침 조갑제씨가 <조선일보>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걸 연재했어요. 맞불 놓으래요. 그래서 묻어가자.(웃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근데 그 신문연재를 묶은 조갑제씨 책보다 내 책이 더 팔린 거야. 조갑제 책을 사려다가 잘못해서 내 책을 산 사람도 있어요.(폭소) 고맙다는 독자 메일이 왔어, 평생 속아 살 뻔했다고.

미학으로 시작했는데, 그 미학을 이 사회가 가만 놔두지 않은 셈이네요.

꼬여버렸죠. 그 사람들이 워낙 웃기잖아요. 고등학교 때 ‘야자’라고 서로 모욕하는 게임이 있어요. 상대의 모욕에 흥분하면 안 돼. ‘괜찮겠어?’ 하면 ‘응’ 그러고 또 모욕하고. 개구쟁이 어법이죠. 그게 굳어져버린 거죠.

한동안 예능 프로에서도 많이 했던 거죠.

작년에 강의 다 잘렸을 때 어땠어요?

나는 대부분 계약직이잖아요. 어차피 올해 외국 나갈 생각을 했거든요. 한 학기 먼저 자르더라고.

중앙대는 그렇다 쳐도, 한예종은 더 심각했죠.

거듭 털어도 나온 게 없잖아요. 2학기 때 강의 안 했다고 봉급 절반을 내놓으래요. 문화부에서 시키지 말래서 학교에서 강의를 안 준 거거든요. 소송을 걸면 저쪽이 져요. 근데 가압류를 걸어놓고는 1년째 소송을 안 해요.

가압류당할 돈이 있단 말이에요?(웃음)

있어요, 있어.(웃음) 괘씸한 건 학교에서 봉급을 주던 통장을 잡은 게 아니라 가장 빈번히 쓰는 통장을 잡은 거야. 밥 먹고 카드를 냈는데 안 그어지는 거야. (바닥을 쾅 치면서)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 날인데.(폭소)

엠비가 신도는 신도네. 이브날 막아버렸잖아.(웃음) 당원생활 5년 했나요?

진보신당 3년. 민노당까지 하면 8년이죠. 자임한 게 ‘삐끼’ 노릇이에요. 운동권이 무겁잖아요. 진중권이 붙어 있으면 날라리 분위기가 나면서 덜하죠. 사실 대중적으로 활동하면서 당에 이름을 내걸긴 부담스러워요. 지지자가 딱 정해지니까. 가령 내가 엠비랑 싸울 땐 막 지지하다가도 유시민을 씹으면 확 돌아서죠.

귄터 그라스 같은 사람은 계속해서 당원이었잖아요.

서구에선 그런 거에 똘레랑스가 있죠. 서로 친해질 때도 어떤 부분은 접고 넘어가야 하는데, 우린 공동체 성향이 너무 강하죠. 정치적 견해가 같지 않으면 부부생활, 부자관계, 교우관계가 불가능해.

나도 글 쓸 때마다 부지런히 수구들 씹어댔지만, 진중권이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자주 링에 올랐죠. 온오프 가리지 않고.

진중권 리그를 꼽아보면 ‘박정희 악마’로 시작해 여성언론 ‘월장’에서 예비역 논쟁과 양심적 병역거부, <디워>, 황우석, 광우병, 엠비 등. 거의 모든 링 위에 올라갔잖아요.

온라인 마인드거든요. 거기 들어가면 계급장을 떼야 해요. 중딩 애들이 ‘중권아’ 그러죠.(웃음) 열 받으면 안 돼요. ‘왜? 형이 놀아줄게’ 하고 신나게 놀아준 다음에 ‘잘 자, 내 꿈 꿔’ 하고 나오죠. 며칠 안 들어가면 게시판에서 농성을 해요. ‘중권아 심심해, 놀아줘.’(웃음) 안티팬이 팬보다 열정적이죠. 안티팬들은 내 글을 몇 년 전 것까지 다 읽었어.

엠비시대로 넘어갑시다. 지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한 말씀들.

‘쥐20 포스터’에 올해의 문화예술상을

경제적 효과가 450조래니, 지20 끝난 다음에 1천만원씩 수령하자.(웃음) 내 트위터 프로필 픽처를 쥐가 그려진 지20 포스터로 바꿨어요. 잘 만들었더라고. 영국의 낙서작가 뱅크시 스타일이에요.

올해 문화예술상을 줘야 할 텐데.

설치부문엔 명박산성.(웃음) 퍼포먼스 부분에 조전혁 (전교조 소송비용 충당을 위한) 청계천 콘서트, 대지예술 분야엔 4대강. 이명박 정권 다 실패했잖아요. 경제 실패했죠. 민주주의 수준 떨어졌지. 내세울 게 두 가지밖에 없어요. 4대강과 지20. 그러니 목을 매지.

‘국격’ 오르게 다들 말 좀 이쁘게 합시다.(웃음)

대안학교에서는 반장 돌아가며 시키거든요. 그중 한 애가 반장 되니까 엄마가 동네방네 자랑하는 수준. 완전 70년대죠. 지20 보면.

지20이란 게 1박2일 엠티하는 건데, 끝나고 나면 뭐 하고 놀려나? 엠비께서.

대포폰도 뺄 수 없죠. 거기엔 다양한 엠비식 메타포가 깃들어 있어요. 음향대포 안 되니까 대포폰을 장만했다는 설이 있어요.(웃음) 엠비식 소통의 상징이기도 하죠, 대포폰.

안상수가 인터넷에서 보수 옹호하는 일만 논객 양병하자는 건 청년 고용 대책인가?

임진란 직전 십만양병론 이후로 눈에 띄는 양병론이죠.

일만 알바 양성하면 9천은 진중권 따라다닐 텐데.(웃음) 쥐떼 몰고 다니는 마술피리야.

엠비를 보면서 오랜만에 시간 가는 게 이리 즐거울 수가. 제대 후 처음으로!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엠비네는 하루가 아까워 초조할 텐데. 자기네가 역사에 하나도 못 남겼다는 거죠.

퇴임하면 기념사업 할 거예요. 청와대 뒷산에다 촛불시위 보면서 각하가 눈물 흘렸다는 아침이슬 눈물비 세워야지.

그 비석 세우려면 노무현 대통령 쪽도 잘 설득해야죠. 노 대통령이 탄핵반대 촛불집회 때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그 자리가 그 자리 아니냐고.

그럼 두 개 세워야죠.

이거 패러디야, 풍자야, 표절이야?(웃음) 암튼 풍자도 어려운 시대가 되고 말았어요.

노태우도 자기 풍자를 하라고 했죠. 그 정도 여유도 없어요. 노태우 밥그릇도 안 되는 거예요. 고작 포스터 그린 거 갖고 지20을 방해할 의도가 있다고 구속하려는 거의 이티 같은 외계적 발상.

진보 동네 이야기해보죠. 촛불집회부터.

쇠고기는 촛불을 그저 촉발을 했을 뿐 더 중요한 건 해방구 체험이죠.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서 행동하고 책임지겠다는 게 포인트예요. 그걸 살려야 해요. 미디어 발전도 그렇게 가고 있어요. 지금 트위터까지 갔잖아요.

유럽 사민주의조차 용인할 수 있습니까?

인터넷 시대가 노무현 정권을 창출하고 촛불집회를 이끌어냈듯, 트위터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의해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는 거죠. 대중은 미디어를 매개로 재구성되어왔죠.

삼일운동 직후 좌절감을 느꼈지만 무단통치가 문화통치로 바뀌었는데 촛불집회는 한번 크게 논 다음에 오히려 무단통치 시대로 회귀해버렸어요. 촛불 후 힘 빠진 사람도 많죠.

촛불집회에 실망한 분들도 있는데 과도한 기대를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촛불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얻었어요. 3개월 동안 즐거웠잖아요.

그다음 단계, 이른바 정치적 존엄성까지 나아가지 못했죠. 연인원 500만이 참여해 해방구를 이룬 경험이야 앞으로 한국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되겠지만.

촛불 에너지가 제도적 민주주의라는 틀 속으로 어떻게 들어오느냐, 또 그걸 민주진영이 어떻게 끄집어내느냐의 문제가 있잖아요.

당위론으로 끌고 가지 말았으면 해요. 내가 볼 땐 촛불집회 대중들은 그런 대중, 그런 욕망이 아니었어요.

전위조직이 이끌거나 장악한 일이 아닌 만큼 정서적 영역이 넓었죠. 끝내 조직적으로 흡수가 안(못)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게 새 가능성인 거죠. 말길을 틀어, 엠비정부에서 비판적 틀은 쉽게 보이는데 정작 지식인들의 논점에서 신선감이 떨어지는 까닭은.

지식인 시대는 끝났다고 봐요. 이들이 시민혁명 때 출현했는데, 그땐 대중들이 문맹이었어요. 지식인이 대중을 대신해서 얘기하고 계몽하고 가르쳤죠. 지금은 문자문화가 영상문화로 넘어가고 있어요. 고졸자 87%가 대학을 가는데다가 대중들이 디지털 미디어로 무장한 상태죠. 대중을 이끌고 가던 지식인 시대는 끝났다고 봐요. 논객의 시대는 끝났다. 키보드 워리어의 시대는 끝났다. 내 시대는 갔다.(웃음)

지금 같은 ‘앙시앵레짐’(구체제)에서 그 역할은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죠. 오늘 이 자리 진중권처럼.

북한 3대 세습에 관한 3가지 태도가 있어요. 첫째가 원칙주의. 까놓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어느 교수님이 쓴 걸 보니까 ‘북조선이 청년대장을 옹위했기로서니 미제랑 싸워서 이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해요. 두번째는 기회주의. 절대 속마음 얘기 안 해요. 세번째가 실용주의. 대선 총선 치르려면 단합해야 하는데 왜 또 그러느냐. 나는 다 잘못됐다고 봐요. (북한 3대 세습에 관해) 민노당 대표가 정당은 양심에 따라 침묵할 권리가 있다고 했어요. 정당은 그런 권리가 없어요! 정신분석학 좋아하진 않지만 라캉 보면 ‘아버지의 이름’이 지배한대잖아요. 그것이 없으면 상징세계에서 말을 못 푸는 거야. 세계가 해석이 안 돼.

교리문답적 지식체계나 운동이 갖고 있는 한계는 분명하죠. 3대 세습이란 3인1격이라는 거죠. 이를 권력의 인격화, 인격통치, 초상화 통치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유야 어쨌든 시스템 사회가 아니라는 걸 자인하는 거죠.

일단 엔엘 피디의 시대는 89년 사회주의 망하면서 끝났어요. 마르크스가 그랬잖아요. 이론의 올바름은 실천으로 검증된다고. 마르크시즘도 여러 사회주의 사상 중 하나로 상대화해야 한다는 거죠. 나는 사회주의는 과학이라 생각해요. 평등에 대한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 평등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근데 앉아서 진짜 좌파니 가짜 좌파니, 에이급이니 비급이니 이따위나 따지고 있죠. 진보신당도 마찬가지예요. 여기는 만날 그놈의 국유화 강령이에요. 스트레스 받거든요.

요즘 젊은 사람들 엔엘 피디 뭔지도 몰라요. 그런데 진보진영의 상당수는 아직 그 프레임 속에 살고 있어요.

진보신당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가 국유화인데 공적 영역의 확대와는 안팎으로 차이가 있는 말이죠.

진보신당 친구들에게 사회주의가 뭐냐고 물으면 ‘사회주의는 민중의 강고한 투쟁 속에서 불라불라불라’(웃음) 형용사 나열만. 그걸로 대중을 설득하라고? 진보신당 당원 3분의 2가 이념당원이 아니거든요. 그 사람들이 국유화를 받아들이겠느냐는 거죠. 유럽식 사민주의에 대해 대체로 진보진영이 동의하는 편인데, 따져보면 그것도 쉽지만은 않아요. 번 돈 반을 세금 내겠다고 합의해야 하는 건데, 무서운 거라고요. 복지시스템이 갖춰지면 세금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사람이 우리 국민 중 56%더라고요. 실제 세금 낼 때쯤 생각이 달라지겠죠.

엠비체제에 살면서 대선을 많이들 기다리는데.

“나의 성역과 금기는 여성 문제”

선거연합 가능하다고 봐요. 문제는 선거연합을 할 때 자리 따먹는 것보다 법안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민주당이 해서 이 법안은 통과시켜라’라고 하는 것이 정말 좋은 거죠. 권력 안 잡고도 정책을 실현하는 길이 있다면…두번째가 자리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의는 확인됐다고 봐요. 진보신당 노선이 잘못됐다는 게 증명된 거죠.

이런 거 나가도 되나요?(웃음)

괜찮아요.(웃음)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 호응해줘야 하는데 상황 미스가 있었어요. 민주당에도 할 말 있죠. 왜 서울시장에 한명숙을 내보냅니까.

기왕에 시민사회영역도 말해보죠.

지금 문성근씨와 지지자들이 그런 일(100만 민란 프로젝트) 하는 건 당연하다고 봐요.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거 나름 평가도 하고. 문제는 자신들한테 안 왔을 때 ‘너네들은 분열주의’라고 욕할 준비가 돼 있는 듯 보인다는 거죠. 그거 말고는 괜찮다고 봐요.

한국 사회 어떤 지식인들이든 아킬레스건이랄까, 스스로 설정해놓은 금기나 터부가 있어요. 시대의 논객으로서 건드리기 싫은 주제, 여태까지 꺼려본 주제가 있나요?

‘여성’ 절대 안 건드리죠.(웃음) 잘해야 본전이니까. 나도 남자이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는 가해자고 강자죠. 말을 조심하고….

직설 포함, 마지막 독설을 퍼붓는다면.

다들 열심히 살고 있다고 봐요.(웃음) 10년 전에 쓴 <적, 녹, 흑>이라는 글을 다시 보았어요. 진보진영이 유럽식 사회국가 시스템에 ‘녹’이라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또 ‘흑’이라는 무정부주의 요소가 들어와야 한다는 거죠…10년간 한국 사회가 안 변한 건 그렇다 쳐요. 진보는 왜 안 변하죠? 허탈해요.

허무주의까지?(웃음) 어느 때 그런 느낌이 강하게 오는지.

엠비랑 싸우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짱돌 던지지는 말아야죠. 데모할 때 앞에 못 나오고 뒤에서 돌 던져서 앞 사람 뒤통수 깨는 자들이 꼭 있어. 예컨대 ‘엠비랑 싸움에 너무 몰두하지 마라’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네가 엠비 아닌 싸움에 몰두하면 되잖아.(웃음)

진보진영은 촛불로부터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배워야 해요. 진보는 말 그대로 앞서나간다는 의미가 있어야 하죠.

‘수구 진보’라고 하잖아요. 형용모순이 말이 되는 상황이니. 젊은 애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아니라니깐요. 근데 ‘국유화하실래요? 청년대장 옹위하실래요?’만 해쌓고 있으니. 이걸 <조선일보>가 이용해먹든 할 말은 해야 해요.

촛불에 500만, 노무현 대통령 문상에 600만 이상. 쏟아져 나온 천만 대중이 있는데 무관심은요, 이 역량을 창조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인물, 정책들이 필요한 거죠.

스스로 평가해 볼 때, 이 일을 얼마쯤 더 할 수 있을까요?

재밌을 때까지!

■ 직설잔설

한홍구 진중권 박노자

‘구라’란 역사, 사상, 그리고 인물에 대해 생동감 넘치는 생활어로 풀어내는 눅진한 말솜씨를 이른다. 좌중은 대개 열 명 안팎이라야 제맛이다. 저잣거리 말힘으로 보수적 지배관념을 부수어내는 이 일은 꿈틀대는 민중의 생명력과 더불어 통쾌한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벌써 소개한 대로 백기완, 황석영, 유홍준 제씨가 이들이다.

한홍구·진중권·서해성
한홍구·진중권·서해성

한홍구, 진중권, 박노자는 이들을 잇되 빛깔과 길이 다르다. ‘야간’ 선배들과 달리 이들은 철저히 주간이다. 구라들은 ‘양씨문중’(양아치 문중)임을 자랑스레 내세웠지만 후배들은 책상물림 먹물임을 숨길 수도,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도회적 기질로 단련된 이들은 선배들이 구라모임을 자주 가졌던 것과 달리 제 길에서 싸우고 건설하는 편이다.

한홍구는 무덤 따위 과거를 파먹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역사 이래 가치와 유물을 눈앞으로 끌어와 재구성하되 현재 모순을 쳐내게끔 하는 ‘지금 이 순간의 역사’가다. 그는 바로 오늘마저 역사화해 해석해내서는 이내 행동을 유발한다.

진중권은 화약 같은 폭발력을 지닌 불패의 언어전사다. 그는 어떤 논쟁이든 일순 자기 명제로 끌어들여서 검법을 발휘하곤 하는데, 그의 불땀 좋은 말이 닿은 대중은 불에 덴 그대로 대개 디지털 광장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불의 언어를 맛본 자라면 알겠지만 그가 우리 편인 게 퍽 다행이랄 수밖에.

박노자는 귀화해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되 늘 망명중인, 따뜻한 타자다. ‘대한민국’이란 모순은 그를 통해 새로 발견되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것을 그는 햇볕 아래로 끄집어내서 양지의 모순으로 태어나게 한다. ‘나는 인도를 사랑한다, 가득 찬 혐오로.’(I love India with full dislike.)라고 한 네루의 깊은 애정이 떠오르게 하는 드문 존재다.

이들은 미국·독일·러시아 등지에서 오래 공부하거나 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청춘을 ‘모던사회’에서 보냈으되 한국화했다는 점도 앞선 선배들과 뚜렷한 차이다. 서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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