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진 기자
스웨덴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두배 반 정도 된다. 인구는 940만명(2009년 말)이다. 땅은 넓고 사람은 귀한 이 나라 사람들의 몸에 밴 생활문화의 하나가 “스스로 하세요”이다. 쇼핑몰에선 손님이 직접 바코드 스캐너를 사용해 물건값을 계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업체나 관공서를 찾아가면 보통은 입구에 있는 컴퓨터에 방문 정보를 입력한 뒤 스스로 출입증을 만들어 달고 들어가야 한다. 60년 전통의 이케아가 조립식(DIY) 가구를 시작한 것도, 만들고 나를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군나르 뮈르달이 <인구 문제의 위기>(1934년)란 책을 통해 스웨덴 복지 모델의 문을 연 것도, 나이 들어 가고 아이 안 낳는 현실이 출발점이었다. 육아와 가정의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고 노동인력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갖추라는 제안은 거기서 나왔다.
어쩔 수 없었던 ‘스스로 문화’가 그들에게 창의력이라는 선물을 준 것일까? 스크루 프로펠러(1836년), 다이너마이트(1866년), 스패너(1892년), 지퍼(1913년), 우유 포장지 테트라팩(1944년) 등이 그들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이 나라 교육의 오랜 틀도 ‘스스로’이다.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기타를 치면 아이들은 그냥 제 느낌대로 몸을 흔든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앞에는 악보가 없다. 악기를 마구 두드리고 뜯어도 선생님은 말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하고 싶을 때 아무렇게나 낸 제 소리를 먼저 듣고 느끼게 한다. 학교엔 등수가 없다. “순위는 모두가 보석인 아이를 바라보는 눈을 가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도 “경쟁은 기업에게 약이지만, 아이에겐 독”이라는 믿음이 여전히 강하다.
이 아이 저 아이 다를 뿐인 소질과 잠재력은 1등, 2등이 없다. 어느 나라에선 상식이고, 어느 나라에선 아직 한가한 소리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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