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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그림을 본 사람은 알 거 아냐, 캬!

등록 2010-12-17 09:13수정 2010-12-17 09:27

‘올해의 직설’로 뽑힌 박정수씨의 ‘G20 그림’ . <한겨레> 자료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올해의 직설’로 뽑힌 박정수씨의 ‘G20 그림’ . <한겨레> 자료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올해의 직설엔 ‘쥐20 그림’, 올해의 인물엔 ‘감히 추기경을 비판한’ 정의구현사제단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제30화 송년특집, 2010 직설과 곡설

송년특집답게, 오늘은 아이템이 많다.

먼저 ‘올해의 직설’이다. 코너 이름에 맞게 한해를 갈무리하며 2010년을 흔든 직설과, 그 반대편에 선 곡설을 더듬어보았다. 직설과 곡설의 주인공인 ‘올해의 인물’도 선정했다. ‘올해의 직설’로 선정된 ‘쥐화’ 작가 박정수(40·대학강사·아래 사진)씨는 소감을 보내왔다. 그는 현재까지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감히 추기경을 비판하여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정의구현사제단은 조만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한다. 독자 30여분이 보내주신 ‘올해의 직설 곡설’도 가볍게 소화했다. 독자선물인 <대한민국사>(한겨레출판)와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의 저자 사인본을 받으실 25분의 명단도 발표했다. 축하드린다.

남을 선정만 하지는 않았다. 거꾸로 선정을 당하기도 했다. 환경재단이 주는 ‘2010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의 하나로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팀’이 뽑혔음을 알려드린다.(28면 참조) “시대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소통의 채널, 정통 언론 최초의 통쾌 솔직 거침없는 인터뷰가 돋보이는 진짜 칼럼”이 시상 이유다. 부끄럽다.

어릴 적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반장이 ‘떠든 사람’ 명단을 칠판에 적었다. 이곳 ‘직설’에서는 앞으로 ‘안 떠든 사람’ 명단을 적을지도 모른다. 때로 침묵은 곡설이다. 토목과 탐욕의 시대에, 직설은 계속 떠들 생각이다. 함께 떠들자고 사람들을 부추길 것이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올해의 말’에 말로 상을 주면서 시작을 해보죠. 일단 ‘친서민, 공정사회’에다가 드려야 하지 않을까.(웃음)

한홍구(이하 한) 사람들 물 먹인 말씀이야. 기왕 물 먹을 거면 난 따뜻한 물 먹고 싶어요. 보온병! 곡설 분야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입만 뻥긋하면 ‘점 하나 안 바꾼다’고 해놓고 모든 걸(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바꿔버렸어요.

그건 거짓말이죠.(웃음) 직설 곡설에도 안 껴.

엠비와 본부장의 말을 합치면 ‘다 주었지만 안 주었다’거든요.

다 주고도 남았기 때문에 2007년 협상이 얼마나 잘한 것이냐 우기더라고.(웃음)

도시락과 보온병은 올해의 폭탄이다

언어가 상대에게 전달될 때 일부는 의미나 내용이 침투하지 않고 타액처럼 미끄러진다고들 해요. 엠비 정부 언어는 대중들에게 타액(침)뿐이라는 데 문제가 있죠. 며칠 전 막장조폭국회에서 예산안 날치기한 뒤 김무성 원내대표(한나라당)가 그랬죠. ‘이것이 정의다.’(웃음)

졌어, 졌어. 민주‘정의’당 만든 전두환도 그렇게 말하진 못했겠죠.

화룡점정은 이튿날 엠비가 발리 민주주의 포럼에 가서 한 말이죠. ‘민주주의와 빵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꼭 누굴 골려주려고 하는 말 같아요. 코미디언들을 이기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시고 있는 게 아닐까요. 조폭국회란 민주는 장식, 폭력은 필수라는 뜻인데 말이죠.

저치들에게 민주주의란 다수결일 뿐이지. 절차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야당 다수결을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했죠. 오 시장은 무상급식 거부를 엠비와 수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슨 단식투쟁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야말로 ‘벤또(도시락) 포퓰리즘’! ‘벤또 전투’는 올해 핵심 언어죠. 연평도 보온병 포함해서, 도시락과 물통이 결국 한 세트잖아요.(웃음)

도시락과 물병, 이게 윤봉길 의사가 던진거죠.

물병이 올해 다시 폭탄으로 부활했죠. 보온 기능까지 가진 첨단 폭탄으로.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에서 던진 도시락폭탄은 안 터지고 물병폭탄만 터졌는데. 안상수 대표는 이미 터진 물병을 본 거네요.

오래전 코미디 한 대목인데, 먼 길 떠나는 오 서방(오재미)이 이런 말을 듣거든. ‘폭탄 까먹고 도시락 던지지 마라.’(웃음) 군대 안 간 안상수는 그렇다 쳐요. 그 옆에 있던 육군 중장 출신 의원은 뭔지.

별들이야말로 조금만 더 높은 별이 떠도 이등병으로 자진 강등하는 습성이 있죠. 미필 별이 뜨니까 그게 일순 포탄으로 보이는 거죠. 미필 정부의 미필국방이 보여준 생동하는 보온병전투였죠. 특전사는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챙기러 나가게 됐는데, 헌법 평화조항에 거의 위배되는데다 날치기하면서 ‘형님’ 것만 챙기느라 예산 반영하는 걸 까먹고 말았어요. 그야말로 사막에서 특수전을 감행해야 할 판이죠.

필연은 꼭 우연하게 모습을 나타내요. 미필 정부가 생기면 그런 일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이렇게 웃기고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가.

위키리크스 어산지가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끌려갈 뻔했는데, 오사마 빈라덴 이후 미국을 종이 몇 장으로 쪽팔리게 만들었죠. 끌려갈수록 진실은 길이가 길어지는 법이죠. 진실이 누설(leak)되면서 성범죄화하는 경로도 괴이하죠?

콘돔이 찢어져서 누설된 것인지.(웃음) 위키리크스는 획기적인 거죠. 국가권력이라는 게 남 뒷조사하고 정보수집하고, 그걸 지들끼리 공유하면서 낄낄댔다는 거잖아요. 그 정보가 무슨 경천동지할 내용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 셈이지. 그렇게 고상한 척하는 자들이 실은 요런 걸 모으고 있었구나 하는.

사적인 이야기의 양과 기밀의 중대성이 비례한다는 걸 어산지 덕분에 알았어요. 권력의 비밀을 발가벗겼다고 해서 성범죄로 꾸며가고 있는 셈이죠. 성범죄를 이토록 폭넓게 적용할 줄이야!(웃음) 암튼 어산지에게 최고상을 드립니다.

사적인 게 가장 정치적인 거죠. 일찍이 김지하 시인이 <오적>에 요정에서 여자를 주무르다가 간지럽다고 하면 “아이 간지럽사와요” 하니 “이년아 국사가 간지럽더냐”라고 하죠.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문서도 아직 공개가 안 되고 있어요. 문서 안 보여주고 비준을 받겠다는 건데, 등기는 있지만 보지 말고 도장을 찍으라는 거죠.

관련문서가 열리면 어떤 자는 미대사관 가서 꼬아바친 게 밝혀져 개망신을 당할 테고, ‘그렇게 많이 주워 바쳤는데 내 보고는 하나도 올라가지 않았구나’ 하고 좌절하는 놈도 있을 테고.


내부권력을 과감하게 비판한 정의구현사제단.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사제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단식기도회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내부권력을 과감하게 비판한 정의구현사제단.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사제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단식기도회 모습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 무시무시한 말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엠비 어록에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라’가 있어요. 에프티에이 문서에 이 말이 적용되는 듯해요. 패러디 버전이 ‘지금은 기다린다, 조금만 곤란해 달라’예요.(웃음) 문제는 충분히 기다렸다는 거죠. 미래를 말하는 자치고 별로 믿을 게 없어요. 정치는 미래를, 종교는 그걸 팔아먹다 더 먼 미래인 내세를 내세웠죠. 베네수엘라에 갔더니 사방에 붙은 글귀가 ‘현재는 모두의 것이다’(Ahora Es De Todos)예요. 신동엽이 말한 현재란,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이죠. 언제나 문제는 현재죠. 내일이란 건 자칫하면 늙은 오늘이 될 뿐이죠.

직설곡설도 있지만 무시무시한 말도 있어. 난 엠비께옵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소름이 돋게 무섭데.

전쟁을 토목으로 생각하시든지. 부서지면 다시 세우면 된다쯤? 토목·건설업자들은 떼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이게 4대강보다 큰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면 정말 ‘곤란’한 거죠.

한국전쟁으로 서울이 다 무너지니까 토목·건설업자들이 돈 왕창 벌었죠.

올해 관심을 끈 슈퍼스타케이 시즌2도 뺄 수 없죠. 슈스케2는 기회가 봉쇄된 엠비체제에서 기회에 대한 위안과 분노를 대중에게 주었죠.

요즘 ‘공정사회’라는 말이 쑥 들어가 버렸죠? 공정사회를 주장하면 주장할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걸 안 거죠. 목욕탕 물에 손 담가보고 ‘앗 뜨거워라’ 한 거죠.

‘직설’은 얼마나 직설적이었을까요.

4회까지 슬슬 몸을 풀다가…카운터펀치를! 애초에 ‘직설’을 시작한 게, 진보 내부문제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해보자는 거였는데.

첫 회 주제도 ‘한겨레 비판’으로 잡았죠. 엠비 정부에 대해선 나름대로 역할을 한 셈인데 진보의 조직·이론·인물에 대한 평가가 적다는 게 숙제죠.

실명 비판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죠. 민주 사회로 진입하는 데 지식인 역할이 컸는데, 민주정권 10년을 거치며 말발이 다 죽어버린 것 같아요.

이른바 인텔리겐차 역할이 한국처럼 제대로 작동한 역사도 드문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올해 곡설로는 지식인의 ‘침묵’을 꼽고 싶군요.

라면만 먹다가 한정식도 먹고 프랑스 요리도 먹게 됐는데, 거기까진 좋아요. 문제는 다시 라면 먹기가 싫어진 거죠. 이 문제를 제기하려고 직설을 만든 건데. 지식인은 주둥이로 사는 존재죠. 와이에스 시절 신한국당 황명수 사무총장이 험담을 하던 상대에게 ‘인두로 주둥이를 지져버릴 수도 없고’라고 했고, 김홍신 의원은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버리고 싶다’고 했죠. 누군가가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떠드니까 그런 건데 요즘은….

‘직설’에서 직설을 꼽는다면.(정리하던 기자가 끼어들어, ‘관장사죠 뭐’)

곡설은?(다시 끼어든 기자, ‘곡설도 그거죠’)

서, …….(웃음)

아쉬웠던 건 조중동 대표선수들을 모시려고 했던 섭외 시도가 좌절된 거였어요.

무슨 비판을 했을 때 벽에 대고 하는 느낌이랄까. 우리 말에 반박이든 변명이든 해명이든 해야 하는데, 오만한 거지. 정리하죠. ‘올해의 인물’에 정의구현사제단을 추천합니다. 젤 어려운 직설이 자기 바로 위의 권력에 대고 하는 거죠. 위계 강한 가톨릭 사회에서 상위권력을 비판하기란 정말 어렵죠. 추기경이란 분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요.

유신 때 원주 지학순 주교 구속에 맞서면서 가톨릭이 종교적 본분과 사회적 역할로 돌아왔단 말이에요. 근래 신부들이 또 나서고 있는데, 엠비 정권과 유신체제가 별 차이가 없음을 방증하는 듯해요.

독재시절 천주교와 함께 개신교 활약이 컸는데, 엠비가 장로님이라서 그런지 통….

같은 종교 이야기인데, 법정 스님 돌아갔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대통령은 <무소유>는 여러 번 읽었고 <조화로운 삶>도 추천한 바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조화로운 삶’은 스님이 책을 낸 출판사 이름이었어요.(웃음) 그럼에도 내년엔 정말 조화롭게 정치를 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토건과 탐욕의 프레임을 완전히 해체하자

올해 직설상으로 ‘문화예술표현과 거리예술’에 지대한 공로를 인정하여 ‘쥐20 포스터’에 상을 주었으면 합니다.

직설이 아니라 직화.(웃음) ‘올해의 직설’은 ‘직화’로 결정! 선정 이유는 길게 필요하지 않겠죠. 그림을 본 사람은 알 거 아냐. 크! 캬!(웃음)

발음을 잘해야죠. 쥐화! 설치류 관리를 공안 전문가 차원으로 끌어올린 공로도 뺄 수 없죠. 사법시험에 앞으로 동물학이 포함될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드네요. 올해 언설을 갈무리해보면 4대강·뉴타운 따위 토건과 탐욕이 지배해온 엠비프레임이 3년에 걸쳐 해체되고 새로운 언어 프레임을 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적된 서민들의 상처를 지식인이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죠. ‘직설’을 날리는 이유도 사람들 가슴에 와 닿고 쓰이는 말을 위한 거잖아요.

리영희 선생께서 돌아갔는데, ‘직설’이 추구하는 게 진실일진대 그분이야말로 ‘진실의 아버지’였죠. 그런 좋은 선배가 있어서 떠들 힘과 기지와 당찬 전통이 있구나 싶어요. 리영희 선생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송년특집 직설을 마칩니다.


■ 직설잔설

토끼가 제 똥을 먹는 까닭은

소·양·낙타 따위는 혹위, 벌집위, 겹주름위, 주름위를 거치면서 풀을 녹여낸다. 풀을 뜯어먹고 살지만 토끼는 되새김위가 없다. 대신 긴 맹장에서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들이 거친 섬유질을 분해시켜낸다. 거기서 새벽마다 식변(맹장변)을 내보낸 뒤 다시 그걸 소화제로 삼킨다. 스스로를 효소로 삼는다는 점에서 생태나 성찰, 자기 갱신의 뜻으로 기꺼이 섬길 만한 대목이다.

여러분께 직설 곡설을 여쭌 까닭은 함께 말길을 열어가자는 뜻이거니와 이참에 ‘직설’이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함이다. 토끼가 제 똥을 삼켜 초원을 소화해내듯 새 길을 열어가고자 하는 낮은 자세의 모색이다.

울산 동동, 성남 수내동, 수원 천천동, 군산 개정동, 해망동, 부천 원미구 상1동, 종로 연지동, 경산 대평동, 서울 문래동, 신당3동, 신정6동, 망우본동 독서실, 관악구 청림동, 대학동 기숙사, 마포 서교동, 대전 노은동, 대구 녹곡동, 목포 용해동, 파주 금촌2동 아무개씨 댁내.

아파트, 연립, 고샅길 연탄아궁이 식은 집, 독서실까지 주소지를 손끝으로 짚어가면서 소리 내 읽어보면 절로 시가 된다. ‘올해의 직설 곡설’에 글을 보낸 분들 사는 동네마다 골마다 직설이 꿈틀대고 곡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직설도 신문도 접어버리고 그 동네를 다 가보고 싶다. 곡설에 치를 떠는 겨울 창을 흔들어대는 바람소리, 그 숨쉬는 직설을 눈을 헤치듯 다가가 듣고 싶다.

새해는 토끼해다. 권력은 제 목숨 구하기 위해 남의 생명을 요구했지만 토끼는 빼어놓은 간을 가지고 돌아오겠노라며 유유히 용궁을 빠져나온다. 토끼란 흰 백성이다. 간도 쓸개도 마침내 염통마저 내놓으라 하는 게 권력과 자본의 간특함이다. 언론장악은 눈과 귀를, 4대강은 대지의 혈관을, 한-미 에프티에이는 창자와 뇌 일부를 파먹히는 일일진대 또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 간을 빼앗기지 않을 지혜를 얻기 위하여 이 세밑 아침 토끼에게 제 똥 먹는 까닭을 배운다. 서해성

■ 올해의 직설, 박정수의 직설

쥐, 그뿐이다


박정수
박정수
니체는 “하나의 사상은 그 사상이 원할 때 오는 것이지, 내가 원할 때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G)20 포스터에 쥐를 그린 일명 ‘쥐벽서’ 사건도 그렇다. 그 사건이 나에게서 일어난 것이지, 내가 원해서 일으킨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촛불집회 이래 대중에 대한 공포를 대중을 향한 공포로 억눌러 온 이 정부의 공안통치와 그에 대한 대중들의 무기력과 냉소, 또 한 편의 저항과 풍자정신이 만들어낸 시대의 합작품이다. 복지와 민주주의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는 이 정부는 성공과 권위의 ‘이미지’만을 자가생산하여 암기시킴으로써 대중을 설득하려 한다. ‘대중은 바보다’라는 자기 최면 속에서 지극히 촌스럽고 독재시대에나 통할 방법으로 지20을 과대포장하고 경찰국가의 논리로 대중의 시민권과 인권을 침탈했다.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믿어라! 그러면 복 받을지어다. 지20 찬양, 불신지옥”을 외치는 정부에 대해 나는 니체의 말마따나 ‘불쾌한 바보나 위험한 의문부호’가 되기로 했다. 혹은 공안검사의 말처럼 ‘철부지 아이’이거나. 주워들은 그라피티(벽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로 그리는 그림) 기법으로 지20 포스터에 얌전히 쥐를 그려 넣었다. 그뿐이다. 숨 막힐 듯한 시대의 무거운 공기와 무기력한 냉소의 틈새에 얼룩 하나 찍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대중들이 완성했다. 경찰은 강간범처럼 나를 체포했고, 지20 특별공안검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언론에 알려졌고, 대중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가리키며 맘껏 웃었다. 원래 그라피티가 그렇듯이 ‘지금 여기’ 상황을 떠나면 그림은 낙서에 불과하다. 2010년 11월 첫째 주. 나는 공안통치와 대중이 합작한 이 시대의 그라피티 작품 속에 있었다.

독자들이 뽑은 직설, 곡설

■ 직설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대학생 김예슬)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1905년 을사늑약 때와 같다.”(고 리영희 선생) “이 정부의 안보관계 참모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병역면제자는 정리해 달라.”(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 곡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아나운서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강용석 의원) “민주당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오세훈 서울시장)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김종훈 한-미 에프티에이 한국 수석대표)

※ 선물 받으실 분

<대한민국사> 저자 사인본

박정수 백기현 이미희 정순영 조윤호

<진보집권플랜> 저자 사인본

강인국 공은주 권혜란 김종각 김진곤 김영락 나승호 문응상 박건국 송우영 이상원 이은혜 임주성 조상진 채규정 최강연 최슬기 최창서 황인숙 홍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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