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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복지투쟁은 제2의 민주화운동이다

등록 2011-01-27 18:32수정 2011-01-28 11:30

이상이 공동대표는 “제도를 통해 항구적 효도를 하는 세상, 그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라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상이 공동대표는 “제도를 통해 항구적 효도를 하는 세상, 그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라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설을 앞두고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상이 공동대표와 함께 ‘사회적 효도’의 길을 찾다
제36화 새해 복지 많이 받으세요

손이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설명하는 손, 개탄하는 손, 대안을 제시하는 손….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그것보다 더 바쁘게 그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울산 출신답게 억센 경상도 사투리까지 곁들여져, 말 그대로 ‘열변을 토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사회에 복지담론을 앞장서 제시했던 싱크탱크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 단체의 공동대표인 이상이(47) 제주대 교수(의과대)가 오늘의 초대손님이다. 설을 앞두고 그와 함께 제2민주화운동으로서의 ‘복지’를 이야기했다.

그는 정책전문가이기 전에 의사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예방학으로 전문의 과정을 마쳤고, 대학원에서 보건정책학을 전공했다. 그 뒤 새정치국민회의 보건의료정책 전문위원(1998~2000),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장(2004~2007),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상임위원장(2010~)을 지내며 의료보험의 통합과 보장성 확대를 위해 힘을 써왔다. 2007년 10월부터는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를 통해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맞서는 ‘보편적 복지국가’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직설이 끝난 뒤, 그는 네살 때의 사고 경험을 들려줬다. 버스에 오른쪽 다리를 치여 지체장애인이 되면서, 일찍이 비주류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의과대학 때도 노동자들을 진료하고 파업을 지원하는 비주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조명받는 비주류’임을 실감한다고 했다. ‘복지’가 주류가 되는 세상이 가까워진 것일까.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홍구(이하 한) 외국에서는 광범위한 사회복지법을 ‘소셜 시큐리티 로’(Social Security Law)라고 하잖아요. 한국에선 그게 뭔지 아세요?

이상이(이하 이) 말은 그럴듯한데….

서해성(이하 서) 손님 모셔놓고 퀴즈부터 내는 거요?

1970년대 전향 않고 출소한 좌익수를 다시 잡아들이는 ‘사회안전법’이 영어로 이렇죠.

‘복지’가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벤또투쟁’(무상급식 요구)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윤봉길 의거 이후 ‘벤또’가 웬만한 무기(천안함)보다 세다는 걸 새삼 보여주었죠.(웃음)

천안함이 벤또쯤이야 가볍게 이길 줄 알았겠죠.

3관왕 돼야 혜택 받는 미국의 메디케어

복지를 하려면 더 성장해야 한다는 게 보수 쪽의 오래된 주장인데.

성장과 분배는 동전 앞뒷면, 금실 좋은 부부처럼 떨어지면 안 되는 거죠. 둘의 대립적 이분법을 주장해온 게 보수선진화 세력입니다. 와이에스 때 세계화를 주장하며 등장한 세력들이 개발해낸 성장담론이죠. 성장을 잘해 그 과실이 떨어지면 저절로 분배가 된다는. 요렇게 본 건 세계에서 미국밖에 없죠.

정리하면 친미복지정책이네요.(웃음)

그게 미국식 ‘소셜 시큐리티로’죠. <시코> 같은 거 보면 식겁하지만, 그래도 미국 메디케어는 14% 국민이 돈푼 안 내고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죠. 최소한 그런 장치는 있죠.

미국 복지는 시장에서 탈락한 사람에게만 주는 거죠. 시혜적·선별적 복지죠. 철저하게 약육강식인 시장에서 도태된 사람들을 다시 시장으로 밀어넣기 위해 약간 밥을 굶깁니다. 그래도 못 들어가는 사람들은 근로능력과 자산을 조사해가지고 엄격히 선별해요. 그 14%에 들기가 무지 어렵습니다. 몸이 되게 아프고, 가진 게 없어야 하고, 근로능력 없는, 삼관왕이 돼야 해요.(웃음) 이거 고시만큼 어려워요.

영국에서 빅토리아 시대에 주택과 보건의료 개념이 나오는 게 노동자 건강 유지가 생산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거든요. 복지는 자본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거죠.

30년대 세계대공황 등 혼란이 일면서 사회권 의식이 생겨납니다. 2차대전 뒤로는 케인스주의에 입각한 복지국가가 제도화가 되죠. 자본주의 황금시기라고 하는 때에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복지와 경제가쌍이 되는 겁니다.

북구에서는 공산주의 확산을 복지국가라는 개념으로 막았다면, 대한민국에서는 미국이 막은 셈이죠.

스웨덴 기초연금제도는 볼셰비키혁명 전인 1913년에 도입했는데, 그때 최빈국 중 하나였거든요. 돈이 많아서 복지하는 게 아니라, 복지를 통해서 사회 생산력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복지 잘해서 성장 못한 나라가 없죠. 복지가 형편없는데도 성장한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었는데 부동산과 금융거품으로 가짜 성장했다는 게 2008년에 입증되었죠.

연말에 엠비가 ‘이 정도면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어요.

‘청년들이 패기를 갖고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중소기업과 국외 일자리에 더 많이 도전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청년실업 방안을 밝히거나, 스웨덴 국왕한테 들었다면서 ‘스웨덴도 복지체제가 시대에 맞지 않아 후퇴시키려 한다’고도 했죠. 임금님이 고깃국이 물린다고 하니 한낱 가난뱅이가 그 말을 따라하라는 격이랄까.

올해 복지재정이 86조4천억원(예산의 28%)인데 엠비는 역대 최대복지예산이라고 했어요. 작년보다 5조가 늘어 증가율 6.3%입니다. 국민연금 수혜자들 늘어나죠, 국민기초생활보장자들 수령액도 물가상승분에 맞게 늘어나거든요. 5조가 다 자연증가분이죠. 근데 물가는 4% 올랐어요. 역대 최저죠.

복지국가를 하려면 예산이 몇% 정도 돼야 한다고 보는지?

유럽 선진국들은 50%가 넘죠. 지디피(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복지지출 비중으로 보면 우리가 7.5%(2007년 기준)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오이시디) 회원국 평균은 21%죠. 스웨덴은 30%를 사회복지에 씁니다. 유럽은 60년대에도 13~16%. 50년 전 그들보다 못한 7.5% 갖고 복지국가 타령이니.

빨갱이보다 더 나쁜 포퓰리즘?

이제 ‘파이브 이어즈 훈’, 오세훈 시장 이야기해보죠. 며칠 전 망국적 포퓰리즘 완성편에 가깝게 ‘쥐덫 위의 공짜 치즈론’을 주장했죠. 공짜 치즈는 목숨을 담보한다느니.

박근혜 의원 의식해서 한나라당 토대가 되는 세력을 등에 업으려고 하다 오세훈이 저렇게 망가지는구나 싶어요.

보수세력 향해서 ‘무상급식 내가 막겠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셈인데, 왜 저렇게까지 나가죠?

당내 경선 이기려는 거죠. 박근혜가 무상급식 반대 얘기 했으면, 오세훈은 한국형 복지확대론을 들고 나왔겠죠.

어쨌든 한국에서 마침내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절차민주주의를 넘어 이제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한 삶의 민주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거지요. 보수도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겁니다.복지투쟁은 바야흐로 제2의 민주화운동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복지는 원래 보수가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시혜적 복지는 그렇죠. 17~19세기 출현한 신흥자본가 세력은 인민의 삶을 책임지려고 했던 가부장적 보수였죠. 그 이미지를 박근혜가 가지려고 하는 거죠. 한나라는 신자유주의 보수거든요. 박과 오의 중첩과 갈등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여태까지 진보는 거룩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복지의 주체는 그런 투사가 아니죠. 찌질이들, 보통사람들이 나서는, 정말 민주주의의 근육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복지혁명, 제2 민주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거죠.

과거엔 국가가 해준 게 없어도 살아왔거든요. 70~80년대 고도성장으로 일자리도 많았고 가족복지가 있었어요.

향토장학금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복지죠.

이젠 부모를 못 모시잖아요. 형제들 못 돕잖아요. 신자유주의 십여년 하면서 다 무너져버린 거예요. 중산층을 포함해 보통사람들이 복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거죠. 보육·교육·등록금·일자리·연금, 그게 6·2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을 계기로 터져 나온 거거든요. 벤또 밑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가 들끓고 있다는 겁니다.

김상곤, 곽노현 교육감 후보가 벤또 때문에 빨갱이 공격을 받았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표를 찍어버렸어요. 한국인들이 복지투쟁을 통해 레드콤플렉스를 넘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이 내놓은 3+1 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에 대해 한나라당이 단지 포퓰리즘이라고 했어요.

지구상에서 젤 나쁜 게 포퓰리즘이 돼 버렸어. 빨갱이보다 나쁜.(웃음)

그 말이 나온 게 ‘무상’ 때문인데, 무상은 공짜가 아닙니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연대적 세금, 서로 돕는 세금, 우리 사회가 하나 되는 세금입니다. 왜 무상이냐? 교육, 보육, 의료든 그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시점에 현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뿐이죠.

이용할 때마다 돈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거액의 입회비와 연회비를 미리 내놓는 사교클럽을 공짜라고 부르지는 않지요.

스웨덴에서 이룩한 ‘국민의 집’ 개념이 되겠네요.

우리는 사회임금에 비해 소득임금 비중이 너무 높아요. 내 생활비 중에서 시장에서 벌어온 소득과 사회적으로 주어진 소득복지로 받는 돈이 스웨덴은 반반이거든요. 우리는 8%밖에 안 됩니다. 시장에서 못 벌어오면 굶어야 해요. ‘국민의 집’을 잘 지어야죠.

무상급식 반대하는 사람들은 재벌집 애들에게도 공짜밥을 줘야 하느냐 하지만, 사실 선별적 복지는 비용과 부작용이 매우 크죠.

‘선별’이라는 게 선별당한 사람에게는 수치심을 줄 수밖에 없어요. 선별과정에 비용도 들고 공정성 시비가 일겠죠. 국민기초생활보장대상자 3%를 골라내는 데도 자격 시비가 생기지 않나요? 미국의 메디케어도 14%인데 안상수 대표는 70%를 고르겠대요. 맨 정신으로 하기 어려운 말이죠.(웃음)

‘선별’을 괄호 속에 감춘 박근혜식 복지론

박근혜 의원이 연평도 사태 무렵 한국형 복지론을 내놓았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밥 먹여주는 보수’ 이미지가 있는데, 한계 또한 뚜렷합니다. 생애주기에 걸친 맞춤형이라는 게 ‘선별해서’ 맞춰주겠다는 거거든요. ‘선별’을 괄호 속에 생략한 거죠. ‘보편적 맞춤’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박근혜가 야당 정치인인가요? 정치적 영향력 최소 2위인데, 진짜 좋은 거라면 당장 해야 하는 거죠. 당선되면 하겠다는 건 ‘장롱 속에 든 금송아지’ 같은 거죠.

박근혜가 설령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걸 실현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복지국가를 하려면 주장해온 ‘줄푸세’를 버려야 하는데 어렵죠. 세금 ‘줄’이자면서 대기업에 세금을 더 물릴 수 있겠어요? 규제 ‘풀’자면서 복지는 규제 강화인데 대기업이 받아들일까요? 법을 ‘세’우자인데 정말 공정한 법을 세우자면 지지세력이 가만 놔둘까요? 신자유주의경제에서 복지국가경제로 바꾸지 않고선 생애주기형 맞춤형복지는 헛구호에 불과합니다.

박근혜가 지금 내세운 것만이라도 하려면 사실 기득권층과 엄청나게 싸워야 할 거예요. 자기 공약만이라도 집행하려면 5·16 다시번 해야 할지도 몰라.(웃음) 박정희도 63년 대선에서 좌익전력 때문에 사상논쟁에 휩싸였는데, 따님도 빨갱이 소리 들어야 할 거야.

유신공주, 얼음공주라고 하는데 훨씬 심각한 게 ‘침묵공주’예요. 연말 예산안 날치기를 보면서 ‘형님예산, 각시예산은 있어도 누님예산은 없구나’ 했어요. 복지마저 날아간 날치기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채.

허구성이 분명히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걸 빨리 읽고 복지카드를 먼저 빼들었죠. 중요한 어젠다를 선점하는 감각을 보면 경시할 대상이 아니죠. 사실 박근혜 아니었으면 지금 복지가 우리 사회에서 중심적인 화두로 부각될 수 있었을까요. 미국에서는 복지가 진보 표인데, 한국에서는 노인 표 상당 부분을 민주당보다 박근혜가 흡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박근혜 복지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건 정치발전이나 사회진보에 이로울 게 틀림없습니다.

조세저항이 있겠지만 사회복지세를 걷어야 하지 않을까요? 엠비는 평화세도 아닌 (흡수)통일세도 걷자고 하는 판인데. 어떻게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는 자산과 소득 상위 10% 사람들에게 걷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부자 증세입니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가 불로소득, 투기소득에 의존하면서 탈세하거나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이잖아요. 부자를 좀 자랑스럽게 만들어줘야 해요.

현 조세제도에서도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대목이 많죠?

부동산·증권·금융자산 등 자산 불로소득 규모가 실물경제(1200조원)보다 7배(7500조원)죠. 조세정의를 세워 징세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한 게 문제죠. 국세청 직원도 늘려야 할 거고. 자산에 부유세 먹이자는 주장을 정동영 의원이 하고 있거든요. 지금 민주당 주장은 고작 종부세 정도를 환원하는 수준입니다.

부유세란 말이 주는 부담감 내지 거부감이 있는데.

사회복지기여세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자증세 대상이란 게 상위 1~2%거든요. 부유세가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고 일정기간 지나 지하경제가 지상으로 드러나는 시점에 없애야죠.

조세제도도 바꿔야죠.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누진세를 도입하고.

직접세는 누진적이고 연대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죠. 개인소득세의 경우 오이시디 기준(지디피 9.2%)에 우리(4.4%)는 반도 안 되죠.

4대강 예산만 22조원인데, 복지담론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할 정치권력을 제대로 뽑는 게 참으로 중요하죠. 덧붙여 평화 군축을 통해 많은 부분을 사회복지비용으로 돌릴 수 있잖아요.

올해 예산 28%가 복지비인데 35%까지만 늘려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먼저 토건 예산 줄여야죠. 국방 예산은 한국 현실에서 손대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요.

밥·몸·일·집을 하나로!

복지전문가들이 국방예산을 성역화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복지국가의 미래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남북 관계의 변화도 우리 국방체계와 병역제도에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노무현 정권이 입안해 놓은 것을 엠비가 뒤집었는데, 사회복무제도처럼 삽질하는 병력을 복지 전달체계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항구적 평화가 안착되면 국방비에서 줄일 여지가 크죠.

국민들에게 복지국가를 널리 알리는 일 또한 긴요합니다. 세계적 청년실업 대책이 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은 영화 <로제타>에서 나온 것이거든요. 복지이론만이 아니라 대중적 복지 콘텐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가가 복지를 안 하다 보니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기업별 복지의 바깥에 비정규직이라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는 게 문제죠.

가령 현대중공업 있잖습니까? 정규직 노동자는 아파서 병원 가면 진료비를 회사가 다 대 줍니다. 자녀들의 대학등록금도 다 대줘요. 복지가 완벽해요. 똑같은 일 하지만 하청기업 소속이나 비정규직은 회사복지가 제로입니다. 기업별 복지를 국가별 복지로 보편화시켜 놓으면 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도 한숨 돌리게 됩니다.

한국어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다글자입니다. 밥·몸·일·집.

직업 유무, 직위 높낮음을 떠나 기본적 민생, 곧 밥·몸·일·집은 보장되어야 하죠.

어차피 병원에 갖다 바치는 돈, 학원에 갖다 바치던 돈을 다 모아서 국가에 세금으로 내놓고 국가로부터 그만큼씩의 혜택을 받는 거죠.

곧 설인데, 귀향, 귀성이란 말과 함께 ‘향토장학금’이 떠오릅니다. 연고를 통해 도움을 받으니 연고에 이바지하려는 ‘연고복지’가 아닌 더 큰 사회적 복지, 복지권을 새겨보는 설이었으면 합니다.

오늘날 자식들이 부모님께 효도하기 어렵습니다. 살기 바쁘고 어려워 개인이 효도하는 건 시효를 다했습니다. 절대다수 중산층과 서민은 효도 못 합니다. 사회적 효도, 제도적 효도를 해야 해요. 바로 보편주의 복지입니다. 제도를 통해 항구적 효도를 하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직설잔설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 이상이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 이상이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개콘’과 케네디

가갈갈갈^^ <개콘>은 참 기막힌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은 시민운동이나 정치판을 훨씬 앞질러 갔다. 찌질해 보이는 술 취한 회사원 박성광이 외치는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는 복지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대중들의 정서를 정확하게 포착했다. 박성광 이전, 우리는 케네디의 후예 아니었던가?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자고! <정통종합영어>의 독해풀이를 통해 우리는 이 가르침을 외고 또 외웠다.

무시무시할 뿐만 아니라 거룩하기까지 한 국가를 상대로 찌질한 주정뱅이가 삿대질하게 된 걸 보니 한국 사회가 많이 민주화된 모양이다. 그러나 그 코너가 금방 사라진 걸 보니 아직 민주화가 멀었나보다. 아, ‘같기도’ 식으로 표현하면 이건 민주화가 “된 것도, 안 된 것도” 아니다. 참 맞는 말이다. 민주화는 과정이니까.

‘시장을 통한 분배’라고라? 이명박 등 기득권 세력은 낙수효과를 얘기했다. 위가 넘쳐야 아래가 적셔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윗것들이 방수처리를 너무 잘해서 위에는 홍수가 나도 아래는 사막이다. 술 취한 박성광이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외치는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는데”는 아이엠에프(IMF) 10년을 거쳐 엠비 정권 3년을 살아낸 서민들이 마침내 “못 참겠다 꾀꼬리!”를 크게 외친 것이다. 시장과 국가를 둘 다 시장만능을 외치는 윗것들에게 맡겨 놓으면 소는 누가 키우고 탐욕의 시장은 누가 견제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명품 추리닝을 입을 수 있는 자들만이 사는 곳이 아니다. 한 올 한 올 늘어진 파란 추리닝을 입고 장판을 뒹구는 백수도 사회지도층과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곳을 우리는 민주공화국이라 부른다. 뉴라이트들은 좌빨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이 없다고 거품을 문다. 우리도 그 말이다. 우리도 한 번 가져보자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길 천만다행이라고 느낄 수 있는 복지국가, 우리 한번 만들어보세.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 한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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