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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나무꽃

등록 2011-02-07 18:47

대꽃처럼 귀하면서도 아픈 꽃이 없다. 대나무는 60~120년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운다. 꽃은 하루에 피고 진다. 그 모습은 생의 정점에서 휘황하게 꽃을 터뜨리는 보통 식물과 다르다. 대나무는 말년에야 겨우 꽃대를 밀어올리고는, 그대로 서서 말라 죽는다. 한 그루가 꽃을 피우면 전염병처럼 꽃이 번진다. 그래서 대밭은 한몸으로 죽는다. 사람들은 예부터 대꽃을 보면 살이 낀다고 했다. 그러나 늘 당당하고 꼿꼿하게 살다가 한순간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고 갈 줄 아는 대나무의 성정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고대 인도인들과 현대의 일부 힌두교인들은 인생을 네 시기로 나눴다. 자라면서 학문을 익히고 세상을 배우는 범행기, 가정을 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 가주기에는 속세의 삶에 충실한다. 다음 임서기에 부부는 재산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숲 속으로 들어가 검소한 종교생활을 실천한다. 생애의 마지막 단계인 유행기에는 모든 것을 주위에 나눠주고 걸식하면서 수행한다. 가진 것은 밥그릇, 지팡이, 물병뿐이다.

우린 덜 갖고 덜 먹으며 이웃과 나누며 살자는 다짐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늘 잠깐의 찌질함과 ‘빈티’도 견디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이기심과 욕망으로 오염된 몸과 마음 탓에 양심은 늘 불편하다. 성직자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오늘도 아내 약국 차려주려고 남의 돈 가로챈 큰 교회 목사님 기사가 뉴스를 탄다.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주일을 지키지 않은 죄가 아니고/ 십일조를 내지 않은 죄도 아니고/ 피눈물 흘리는 이웃을 보고도/ 눈 깜짝하지 않고 밥 잘 먹는/ 무정(無情)한 죄가 가장 큰 죄라고/ 눈 맑은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무조건 아멘 했다.”(조호진 시집 <우린 식구다> 중에서 ‘아멘’) 그래도 우린 이런 ‘대꽃’ 목사님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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