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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오감의 혁명, 홍탁삼합

등록 2011-02-13 19:25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말이 있다. 남도 사람들이 푸대접받을 때 항의조로 흔히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흔히 회자되는 것은 수놈 거세설이다. 홍어는 암컷이 맛도 좋고 값도 더 나가는 터라 악덕상인들이 수컷의 생식기를 떼어내고 반으로 갈라 암놈인 양 판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홍어의 거시기에는 가시가 있어 어부들이 손을 다치거나 그물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수놈이 잡히면 현장에서 즉시 제거한 것이 연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외에 옛날에는 홍어집들이 서비스로 흔히 내놓는 안주가 홍어 거시기였는데 손님이 갈 때마다 나오는 안주라서 만만하다는 말이 나왔다는 견해도 있다.

홍어는 거시기 때문에 수난도 많이 당하는데,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암놈이 낚싯바늘을 물고 엎드릴 적에 수놈이 이에 붙어서 교합하다가 낚시를 끌어올리면 나란히 따라 올라오는데, 이때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말할 수 있는바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매도하고 있다.

거시기는 몰라도 홍어 자체는 결코 만만히 볼 생선이 아니다. 전라도 일대에서는 홍어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라 할 정도로 대접받는 생선이다. 홍어는 찜이나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삭힌 놈을 제육과 묵은 김치에다 막걸리까지 한잔 곁들여서 홍탁삼합으로 먹으면 그 맛이 절묘하다. 황석영은 그 맛을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라고 예찬한 바 있다. 나주의 홍어1번지에 가면 본바닥의 맛을 볼 수 있고, 서울에서는 사직동의 원조흑산도홍어본가가 삼합을 잘한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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