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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글자 한 자 / 여현호

등록 2011-03-06 20:01

‘등’(等) 자 하나가 정치쟁점이 된 일이 있다.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때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예산안 처리까지 거부하면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개방형 이사 제도였다. 한나라당은 처음엔 폐지를 요구하다가 여론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기발한 수를 내놓았다. 곧 개방형 이사 후보 추천권을 갖도록 법에 명시된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뒤에 ‘등’ 자를 넣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 위원회 외에 재단이 장악한 기구도 개방형 이사 추천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런 주장 뒤에는 여당이 고작 글자 하나도 양보하지 못하느냐고 몰아붙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법률에선 글자 한두 자로 큰 이권이 오가기도 하고, 형사처벌의 수위와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애초 강간치사상죄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3년 이내에 재범을 저지르면 형을 2배로 가중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 과정에서 관련 조항의 문구 가운데 ‘~의 죄 및 ~’이라는 자구 하나를 빠뜨리는 바람에 단순 강간치사상죄에 대해선 가중처벌을 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국회는 부랴부랴 법을 다시 고쳤다. 1992년 말 개정된 주택건설촉진법도 무자격자의 주택청약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빠뜨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단 하루도 시행되지 못하고 다음해 3월 재개정안으로 대체됐다. 그대로 뒀으면 1가구 2주택자의 아파트 1순위 청약 등 기승을 부리던 부동산 투기를 다 처벌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회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은 애초 규정의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공무원’을 ‘다른 공무원’으로 바꿨다. 별것 아닌 듯 보여도 그 결과는 사뭇 심각하다. 자신들의 법 위반 혐의를 덜기 위해 고쳤다면 속였다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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