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빵과 장미 / 권태선

등록 2011-03-08 20:18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올해 우리 여성계가 내건 슬로건은 ‘그녀에게 빵과 장미를’이다. 세계 여성의 날의 연원이 된 1908년 미국 뉴욕 시위의 목표였던 노동조건 개선과 참정권 문제가 21세기 한국의 오늘에서 아직도 미완의 목표로 남아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를 확인하듯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우리나라 명문 사학의 청소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내걸고 파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의 지위 향상을 빵과 장미로 상징한 첫 시위는 1908년 뉴욕 시위가 아니라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직물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이었다는 주장이 더 유력하다. ‘빵과 장미’는 제임스 오펜하임이 시카고 여성 노동운동가들을 위하여 쓴 시의 제목인데, 로렌스 파업에서 일부 여성 노동자들이 그 시의 한 구절인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러나 장미도 원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온 게 그 효시라는 것이다.

로렌스 공장은 주로 미숙련 여성노동자를 고용한 모직물 생산업체였다. 노동자들은 주급 9달러를 받으며 주 60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이를 보다 못한 매사추세츠주가 여성의 주당 노동시간을 44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공장주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는 것으로 맞섰다. 격분한 여성 노동자들은 파업에 나섰고 요구조건은 빵(노동조건)을 넘어 장미(지위 향상)로까지 확대됐다.

이 파업은 미국 진보진영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3중장애를 가졌던 헬렌 켈러조차 파업지지 유세에 나섰을 정도였다. 진보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파업은 두달 동안이나 지속됐고, 결국 노동자들은 승리했다. 이후 빵과 장미는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이 됐다. 2011년 한국판 빵과 장미의 투쟁을 시작한 대학 청소노동자들에게도 여성계를 비롯한 각계의 지지와 연대가 긴요하다.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