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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숨겨둔 정부

등록 2011-03-09 20:08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 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그.../ 악마 같은 여자’(이수익 <그리운 악마>)

이 시에 나오는 ‘정부’는 단순히 숨겨둔 여인네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신선한 삶의 에너지를 향한 인간의 갈망을 시인은 불륜의 사랑에 빗대 노래한 듯하다. ‘그리운 악마’는 단순한 팜파탈(악녀, 요부)이 아니다. 마음 설레게 하고 심장의 피를 뛰게 만드는 이 세상의 온갖 매혹적인 존재들이 바로 그리운 악마다. 하지만 이런 도덕적인 해석은 사실 재미없다. 그래서 한 여성시인은 이런 감상평을 남겼다. “나는 정부(政府)보다 정부(情夫)를 갖고 싶다. 악마가 있고 죄가 있는…. 위험하지 않은 삶은 삶이 아니다.”

낭만적 일탈을 꿈꾸는 욕망은 따분한 일상을 맛깔나게 하는 향신료와 같다. 그러나 낭만이 현실로 오면 비루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하지 않은 정부’는 어떤가. ‘세상에다 신발을 벗어놓고 꿈속에 숨겨둔 정부(情婦)를 만나러 간다/ … 밤이면 밤마다 찾아가 둘만의 심장을 대펴 줄 이야기를 쏙닥거리다가/ 몰래몰래 독주처럼 마시는 뜨거운 사랑/ … 우리 사이 비밀스런 사랑 암호(暗號)는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다디단 완전범죄/ 들킬 걱정 없어서 슬퍼지는 꿈속의 정부 하나’(이해수 <꿈속에 숨겨둔 정부 하나>)

‘상하이 스캔들’을 일으킨 외교관들은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을 할 자신이 없었으면 그냥 ‘꿈속의 정부’에 만족했어야 옳았다.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젊은 심장의 피’가 아니라 허무한 파멸이다. 정부(情婦)는 당사자들뿐 아니라 정부(政府)까지도 늪에 몰아넣은 팜파탈이었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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