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카다피의 목

등록 2011-03-25 19:22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리비아 역사상 최장수 철권통치자. 1977년에는 인민 직접민주주의를 명분 삼아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도 철폐했다. 악명 높은 대서방 테러를 배후조종해, 사막의 미친개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그에게 아프리카의 여러 추장과 왕들은 “아프리카의 왕중왕”이란 시대착오적 칭호를 선사해, 온 세상이 비웃었다. 리비아 국고에서 600억달러나 빼돌린 사기꾼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권력과 거리가 먼 의상디자이너라며 괜한 너스레를 떤다. 그의 후안무치는 전례가 없다.

서방세계는 지금 카다피의 수렁에 빠졌다. 처음에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리비아에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다들 사태를 낙관했다. 늙은 독재자는 시위 군중에 떠밀려 곧 실각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노회한 “사막의 미친개”가 호락호락 물러날 리 없다. 그가 악몽의 르완다 사태를 재현할 가능성이 커졌다.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영국 및 이탈리아는 카다피의 강제퇴진을 결심했다.

그들은 유엔에서 아랍연맹을 내세워 리비아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카다피를 두들겨 잡기 위한 조처다. 먼저 프랑스가 카다피에 대한 폭격을 시작했고, 미국 등이 뒤따랐다. 막상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보니 만만치 않다. 지상군이 파견되지 않는 한, 카다피의 몰락에는 긴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불길한 예측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 등은 서로 엇박자를 낸다. 서방 쪽의 카다피 사냥이 이라크 전쟁의 제2탄과 다름없이 실패한 전쟁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카다피 같은 독재자는 제거되어 마땅하지만 그를 쫓아내는 것은 리비아 시민들의 몫이다. 국제사회에 보안관 따위가 있을 수는 없다. 이익이 걸리기만 하면, 누구하고든 손잡는 것이 이 세상 악습이다. 카다피의 숨통을 끊으려고 저 야단들이라니, 원유가 꽤 탐나기는 한가 보다. 그래도 민간인 살상을 무릅쓴 공중폭격은 시민에 대한 범죄행위다.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