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무 논설위원
팝아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앤디 워홀은 미술계의 전통을 파괴한 덕분에 대가가 됐다. 고고한 예술가들과 달리 그는 눈높이를 대중에게 맞추고 대중이 좋아하는 인물과 상품을 화폭에 끌어들였다. ‘미술을 싫어하는 대중을 탓할 것 없으며, 대중적 언어와 취향을 배려한 신종 미술을 창조하면 그만이다. 그들이 도망가지 않고 다가오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워홀은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캠벨사의 수프 통조림을 사진으로 찍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캔버스에 전사했다. 미술품의 가치가 높은 것은 예술성이 뛰어나면서 세상에 단 한점밖에 없는 희귀성 때문이다. 그런데 워홀은 모조품을 다량으로 제작해서 미술품이라고 우겼다. 그는 부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문화적 우월감을 만끽하기 위해 미술품 수집 열풍에 가세할 것으로 예견했다. 수요가 공급을 능가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다량의 그림을 제작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택한 것이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는 워홀의 작품 <플라워>도 무채색 바탕에 꽃 네 송이의 잡지 사진을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어낸 것이다. 연작이 1000여개에 이르지만 작품 하나가 몇억원을 호가한다.
플라워는 갤러리에 팔아달라고 맡겼다는 고객과 내 손에 없다는 갤러리 주인의 진술이 엇갈려 행방이 묘연하다. 문제의 서미갤러리는 삼성 돈으로 로이 릭턴스타인(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대신 사줬다는 의혹을 받았던 곳이다. 비싼 그림을 비자금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탓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로 인해 행복한 눈물도 플라워도 이름이 무색하게 수난을 당했다. 어둠 속 플라워의 작은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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