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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양반들의 해장국 ‘효종갱’

등록 2011-05-01 19:51

해장에도 반열이 있었다. 술을 마시는 데야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아도, 깨는 방법은 반상이 달랐던가 보다. 1809년의 <규합총서>는 사대부들의 숙취해소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술 마시고 목이 말라도 찬물을 마시지 마라”거나 “소금으로 이 닦고 더운물로 양치질을 하면 숙취가 가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또 “밀실에서 뜨거운 물로 세수하고, 머리를 수십 번 빗질하면 좋다”고도 했다.

해장국에도 고하가 있었다. 지금은 명맥을 잇기도 힘든 처지가 되었지만 남한산성의 명물 ‘효종갱’은 행세하는 양반들의 해장국이었다. 이름도 특이하다.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자를 쓴다. 밤새 끓이다가 새벽녘에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의 종이 울려퍼지면 사대문 안의 대갓집으로 배달되어 지난밤의 술로 시달린 사대부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던 음식이다. 1925년에 간행된 최영년의 <해동죽지>는 효종갱에 대해 “광주 성내 사람들이 잘 끓인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쇠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을 풀어 온종일 푹 곤다. 밤에 국 항아리를 솜에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종이 울릴 무렵에 재상의 집에 도착한다. 국 항아리가 그때까지 따뜻하고 해장에 더없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내용물만 보더라도 값진 재료가 많이 들어간 것이 여간 호사스러운 보양식이 아니다. 갱은 국의 옛말로, 18세기 중엽의 <증보산림경제>는 국물이 많은 국을 탕, 건더기가 많은 국을 갱으로 구분하고 있다. 변변한 교통수단도 없던 시절에 남한산성에서 서울시내까지 배달을 했다니 그 정성만 해도 귀한 음식이다.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소주문화원’에 가면 보기 드문 효종갱 맛을 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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