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주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전자우편으로 알려주는 ‘웹 세상의 나’(Me on the web) 서비스를 내놓았다. 기업들이 사용해온 ‘평판 관리’와 유사한 평판 모니터링이다.
기업 브랜드는 인지도, 선호도, 신뢰도 등으로 가치를 산정해온 대표적인 평판관리산업 대상이지만, 최근엔 일반인도 평판을 신경 써야 하는 환경이 됐다. 호랑이의 가죽처럼 사람의 이름은 존재 자체에 가깝지만, 저명인사가 아닌 사람들은 이름과 평판 관리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았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는 이를 바꿨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사용이 늘면서 많은 사람이 일상과 생각의 흔적을 남기고, 이는 검색을 통해 노출된다. 누군가 뉴스 인물로 떠오르면 곧 ‘신상털기’를 통해 한 개인의 구체적인 모습이 재구성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조사로는 미국 기업의 70%는 채용 전 지원자의 인터넷 흔적을 조사한다. 평판관리산업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국의 레퓨테이션(평판)닷컴이란 회사는 연 99달러에 인터넷 평판을 관리해주는 개인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엔 구직을 앞둔 대학생을 겨냥해, 아예 ‘마이레퓨테이션스튜던트’라는 상품까지 내놓았다. 계약자가 노출되기를 꺼리는 인터넷 정보를 찾아내 삭제를 대행해주거나, 삭제가 불가능할 때는 긍정적 내용이 검색에 우선 노출되도록 ‘작업’해주는 서비스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교수 빅토어 마이어쇤베르거는 <딜리트>라는 책에서 “미국 초창기 유럽에서의 이주나 미국 서부 개척자 다수의 동기는 과거 사회에서의 평판을 떠나 새로운 삶을 열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한번 정보가 기록되면 지워지지 않는 인터넷시대엔 아무리 주거를 옮겨도 과거 평판에서 탈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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