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동전화기 모토롤라 ‘다이나택 8000’은 240만원으로, 소형 승용차 값이었다. 이동전화가 재력 과시 도구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엔 이동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진짜 권력자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호출과 요청에 항상 ‘대기 상태’로 있지 않아도 되는 지위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처지가 드문 까닭이다. 이동전화는 편리하면서도 족쇄가 되었다.
숱한 정보기술 기기와 서비스가 사용자를 압도해가는 현실에 맞서 기술과 기기에 대해서 사용자의 주권을 찾으려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빅 스위치> 등을 통해 정보기술 전도사 노릇을 해온 니컬러스 카는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란 책을 통해, 인터넷이 인간 사고작용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지난 5월 방한한 카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정보를 빨리 전달해주고 사람들을 연결해주지만 주의를 분산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필을 위해 인터넷을 쓰지만,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인생의 참된 모습을 직면하겠다며 콩코드 월든 호숫가로 가서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다. 지금은 공간적 격리만으로 사색과 성찰에 침잠하기 더 어려워졌다.
외국 호텔들은 디지털 환경의 부박함과 유해성이 몸에 밴 삶을 겨냥해 각종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하는 ‘디지털 해독’ 숙박상품 판매에 나설 정도다. 전기플러그마저 뽑고 19세기와 같은 생활환경을 선택해 종교적 공동체 삶을 사는 아미시파처럼 디지털문명을 등지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주말과 휴가 때만이라도 온라인을 끊고 ‘디지털 독 빼기’를 통해 누구나 잠시 ‘권력자’가 될 수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