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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마을 만들기

등록 2011-07-25 19:10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우리 삶의 중심은 마을이다.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은 크고 작은 몇개 마을로 구성된 일종의 마을연합이다. 독립생활공간인 바로 그 지구 및 구의 총합이 베를린, 하나의 추상적 대도시다.” 2004년, 현지에서 만난 베를린 시민들은 그렇게 말했다.

알고 보니 유럽 중소도시의 생활은 목가적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여느 한적한 시골마을과 다를 게 전혀 없다. 울창한 숲과 맑은 개울, 잔잔한 호수와 드넓은 농경지가 어울린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든 시골이든 마을에는 붙박이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학교 동창이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여러가지 인연으로 평생 어울려 산다. 축구, 음악, 춤, 도서관과 교회가 그들의 삶을 이어주는 끈이다. 직장도 집 가까이에 있다. 공무원들의 근무지도 쉬 바뀌지 않는다. 유럽 각국은 고도산업국가라서 삭막한 도시생활에 찌든 고독한 군상이 시민의 대부분을 차지할 거라 짐작한다면, 영락없이 틀렸다. 그들의 삶은 도리어 우리보다 유기적이고 평화롭다.

누구나 안온한 삶을 꿈꾼다. 지난 세기 한국은 산업화에 정신을 뺏긴 나머지 미쳐 날뛰었고, 그 바람에 이익보다 공존공생을 앞세우던 삶의 공동체가 파괴되었다. 최근에는 다들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여기에는 역사적 반성이 작용한다. 형편만 허락하면 함께 유기농사도 짓고 마을숲도 가꾸며, 마을카페나 도서관도 만든다. 이웃과 함께 인문강좌도 음악회도 즐겨 나누고 싶어 한다. 아직 미미한 변화지만 크게 주목할 만한 일이다. 우리의 관심이 생활의 질에 쏠리고 있어 귀한 것이다.

그러나 마을 만들기는 어렵다. 잇따른 자유무역협정으로 농촌은 존립기반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로 도시의 삶도 불안하다. 까딱하면 마을 만들기가 압구정 재개발의 허울로 전락하고 만다. 사태의 핵심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마을에서 삶의 선순환 구조를 복구하는 데 있다.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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