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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0.1초 룰 / 곽병찬

등록 2011-08-31 19:11

육상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 가운데 하나가 출발의 공정성이다. 특히 0.01초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는 단거리 경기에서 공정한 출발은 생명과도 같다. 반 발자국이 아니라 단 1㎝만 먼저 나가도 무효나 실격이 된다. 0.1초 룰이 탄생한 배경이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0.1초 안에 움직이면 부정출발로 간주하는 것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반응이라는 육상선수의 이상과는 어긋나 보인다.

나온 배경은 이렇다. 신경과학은 인간 신체의 반응속도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청각 신호를 받아 뇌로 전달하는 데 최소 0.08초, 뇌의 지시에 따라 근육이 반응하는 데 최소 0.02초가 걸린다. 아무리 빠른 반응이라도 신호가 나오고 0.1초 안에 반응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맹인과 다름없는 시력 탓에 소리 신호에 가장 민감하고 스타트도 가장 빠르다는 아일랜드의 스프린터 제이슨 스미스도 0.1초 안 반응은 불가능하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라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출발 신호 후 0.1초 이내 출발은 예측출발로 간주한다. 신호를 미리 예상하고 있다가 신호가 울리기 전에 출발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는 단 한차례의 부정출발도 실격으로 처리된다. 대구육상대회에선 100m, 200m, 400m 등 단거리 경기의 스타팅 블록에 최첨단 압력감지기를 설치했다. 선수의 발바닥이 블록에 가하는 압력의 변화를 측정해 부정출발 여부를 판정한다. 1000분의 1초 단위의 움직임까지 감지해 0.1초 안에 심판에게 전달한다고 하니, 출발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다.

이런 규칙이나 장치가 인생 레이스엔 왜 없을까. 레이스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출발선이 부모의 재력에 따라 극복 불가능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의무교육이 있지만,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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