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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내가 만나본 나경원·박원순 / 김의겸

등록 2011-10-23 19:22수정 2011-10-23 21:23

김의겸 사회부장
김의겸 사회부장
사법시험 합격 말고는 도대체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
성격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 여자, 매력 있다.

한번은 후배들 틈에 끼어 저녁 자리에 가봤는데, 뜻밖에 곱창집이었다. 지지고 볶고 기름이 지글거리는 곳이다. ‘몸매는 어떻게 하려고…’에 돌아온 답은 “제가 워낙 구워 먹는 걸 좋아해서요”다. 고추장이 벌겋게 묻은 양념게장도 껍질째 오도독 씹어먹는다. 옷에 튀는 정도는 개의치 않는다. 우아 떠는 공주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장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수다 떨 줄 아는 감각을 지녔다. 게다가 당당하다. <한겨레> 기자 5~6명에게 둘러싸여 까칠한 질문이 쏟아지는데도,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살짝살짝 반말을 섞어가며 되받아치는 말본새에 친근감이 간다. ‘성형을 한다면 어디를 고치고 싶냐’는 물음에는 “아니, 내가 고칠 데가 어디 있어?”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곧이어 “농담이에요”라며 웃어넘겼지만, 자신감이 물씬 배어나온다. 그러니 최근 나돌아다니는 성형수술설은 애시당초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남자, 재미없다.

2007년 대선주자 연쇄 인터뷰 하는 걸 지켜봤는데, ‘농’ 한마디 없이 후보들을 건조하게 몰아붙였다. 한명숙 후보의 경우 남편과 각별한 사이여서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수님’이라고도 한다는데 “한명숙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는 둥 가슴에 못질하는 소리만 해댔다. 급기야 어떤 후보는 “지금 나를 모욕하는 거요?”라며 방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지면을 메울 길이 없어, 나중에 서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아 겨우 위기를 모면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내가 뭐 그리 잘못했습니까?”라며 계속 투덜거렸다. 게다가 무신경이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동영상이 돌아가는데도 넥타이 한번 매고 온 적이 없다. 한번은 앞주머니에 꽂은 사인펜 잉크가 새서 셔츠에 시퍼런 얼룩이 손바닥만하게 번지는데도, 도통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니 해진 구두를 놓고 청렴이니 위선이니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저 무심한 것일 뿐이다.

#두 사람이 촛불시위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다.

“촛불? 그거 알고보면 다 386 부모들이 고등학생인 아들딸 손 붙잡고 나온 거잖아요.” 듣고 놀랐다. 너무 단순명쾌해서, 또 자신도 386세대이면서 남 얘기 하듯 말해서이다. 하긴 나경원은 주류 중에서도 주류다. 학창 시절에 대해 나경원은 “남편하고 1학년 때부터 연애하느라, 운동할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애초 길이 달랐을 것이다. 유일한 동아리 활동이 국제법학회였는데, 당시 운동권 언더서클이 모든 학생기구를 장악하고 있을 때 딱 하나 손을 대지 못한 게 국제법학회였다고 한다. 우리 사회 주류가 제시한 길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걸어온 인생, 그게 나경원의 삶일 것이다.

“촛불이 걱정입니다.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이제는 질서정연하게 퇴각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계속 전진만 하다가는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겁니다.” 듣고 놀랐다. 다들 촛불을 찬양할 때인데, 그 그늘을 짚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박원순은 비주류에서도 비주류다. 운동권 주류들이 한방에 정권을 잡아볼 요량으로 전략 전술을 논할 때, 그는 농가소득이 높아졌다는 소문을 따라 일본의 시골마을을 헤매고 다녔다. 비주류의 눈에 기부는 부자들의 위선에 불과한데, 그는 기부문화를 꽃피워야 한다고 낯선 접근을 시도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한 진보진영의 문화에 비춰봤을 때 그는 꼼꼼하게 세밀화에 매달려왔던 셈이다.

사법시험 합격 말고는 도대체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 서울시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 사람의 성격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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