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석철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제안한 것들 중에 이런 게 있다.
“개성과 서울은 지난 천년 동안 고려와 조선과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40㎞ 거리의 서울과 개성을 한반도·한민족의 역사 회랑(回廊)으로 만들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역사도시구역이 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역사도시구역이 아니고, 정치·경제·문화의 각 부문에서 한반도의 중심이자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거대도시구역의 하나를 이룰 것이다. 이런 일은… 서울시장이 상징적 남북 공동사업으로 물꼬를 틀 수 있는 일이다. 독일 통일이 베를린에서 시작된 것이 좋은 암시가 될 것이다. … (그럴) 용기와 비전이 있는지 알고 싶다.”
자유로를 따라 문산 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 강 너머 북한 땅이 보이고 멀리 개성 송악산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 좋은 날은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그쯤에서 남쪽을 보면 서울 북한산도 저 멀리 솟아 있다. 자유로 어디 지점부터는 거리상으로 북한산보다 송악산이 더 가깝다.
고려 수도 개성과 서울 사이 땅은 한반도의 인문·지리적 중앙에 해당한다. 고려시대 이후 분단 전까지 아마도 이 지역이 한반도 최대의 인구 및 산업 밀집지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일대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과는 거의 무관한 특수집단인 군대를 빼면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곳이 됐다. 생업과 문화 중심이 오히려 희소지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한반도에서 영위되는 삶의 왜곡을 이것만큼 선명하게 드러내는 걸 달리 찾기 어렵다.
통일부가 5·24 조처 이후 중단돼 온 개성 송악산의 만월대 발굴·복원 협의 재개를 위한 남쪽 역사학자 등의 방북을 허용해줄 모양이다. 고려 태조 때인 919년에 지었고, 1361년 홍건적의 침입 때 불타버린 만월대의 고려 정궁. 28일의 남북 협의가 서울~개성 역사 회랑 조성의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 한승동 논설위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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