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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빼빼로 데이 / 정영무

등록 2011-11-09 19:14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두 종류로 분할된다. 자본에 고용돼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노동시간, 그리고 일터를 떠나서 보내는 여가시간이다. 여가시간은 노동을 하지 않는 시간이어서 자유로운 시간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자본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노동자가 자신이 만든 상품을 자신이 받은 돈으로 살 때만 자본은 증식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대중매체를 통해 상품에 대한 소비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결국 여가시간의 활동마저도 자유롭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본의 유혹 논리를 살펴본 기 드보르는 우리가 밤바다의 집어등 같은 ‘스펙터클의 사회’에 포획되어 훈육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에 따르면 스펙터클 사회는 인간으로부터 상품에 대한 시각적 감각을 제외한 일체의 현실 감각을 박탈해버린 거대한 매트릭스나 다름없다.

특정한 날에 의미를 부여해 연관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데이 마케팅’은 스펙터클 사회의 두드러진 단면이다. 2011년 11월11일은 천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로 포장돼 마치 이번 기회를 놓치면 화성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빼빼로 데이는 하고많은 데이 중에서도 편의점 매출이 가장 높은 날이라고 한다.

답답한 현실의 아이들은 그런 날 선물을 나누고 같이 먹으면서 잠깐씩이나마 해방감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빼빼로 데이는 청소년을 대놓고 스펙터클 사회로 포획하고 훈육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그럴 뿐만 아니라 진정으로 의미있는 날을 가리고 있다.

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11을 한자로 써서 위아래로 합치면 농사의 근본인 흙 토(土)가 되고, 11의 형상은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하고픈 장애인의 직립을 뜻하기 때문이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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