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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오역 / 임종업

등록 2011-11-10 20:24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렵다.” 예수의 기막힌 비유다. 하지만 번역자의 오류가 만든 명언이다. 히브리어 원전은 낙타(gamla)가 아닌 밧줄(gamta)이란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도 처지가 비슷하다. 프랑스어 원작은 ‘유리’(verre)가 아닌 ‘털가죽’(vair)이란다.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의 지혜> 한국판에 나오는 “위대한 저작은 커다란 죄악이다”는 알 듯 말 듯 한 명언도 알고 보면 “큰 책(두꺼운 책)은 읽기 버겁다”(A great book is a great evil)의 오역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번역은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한다.

폴 오스터의 소설 <뉴욕 3부작> 중 “They have minor leaguers at second and short, … they can’t even decide who to put in right”라는 문장. “그 팀은 마이너리그에서도 2류가 될까 말까 한 선수들을 두고 있습디다. … 게다가 누구를 어느 자리에 써야 할지도 모르고”로 옮긴 책도 있고 “하위 리그에서도 2류가 될까 말까 하다구. … 어느 놈이 쓸 만한지 모를 정도라구”로 푼 책도 있다. 그런데 second, short, right는 2루수, 유격수, 우익수다. 흔하디흔한 야구용어다.

오역 이후는 사소하지 않다. 그린비, 을유문화사, 열린책들 등에서는 오역이 다수 발견된 자사의 책을 폐기하고 이미 팔린 책은 교환해준 바 있다. 소로의 <월든> 번역자 강승영씨는 ‘샘’(spring)을 ‘봄’으로 오인하는 등의 실수를 고백하며 18년 만에 재번역본을 내놨다. 최근 유명 출판사의 스티브 잡스 전기가 구설수다. 600쪽에 이르는 분량을 두달 반 만에 내놓으려니 오역이 엄청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계속 서점에 깔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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