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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오적 / 정재권

등록 2011-11-21 19:15

1970년 잡지 <사상계>에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이 실렸다.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특수계층을 적이라 부르며 그 부패상을 걸쭉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오적이란 제목이 1905년 조선을 일본에 팔아넘긴 을사오적(박제순·이지용·이근택·이완용·권중현)에서 나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시로 김지하와 사상계 발행인 부완혁 등이 구속됐고, 사상계는 휴간 뒤 결국 폐간됐다. 하지만 그 대가로 ‘오적’은 반역사적, 반민중적 집단이나 인물을 가리키는 대중적 생명력을 다시 얻었다.

그 뒤 많은 ‘현대판 오적’이 등장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잔인하게 피로 물들인 ‘광주학살 5적’이 대표적이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해 노태우 수경사령관, 정호용 특전사령관, 박준병 20사단장,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그들이다. 요즘 논란이 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선 ‘신묘오적’이 등장했다. 최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에프티에이를) 밀어붙인다면 한나라당 내에 ‘신묘오적’이 탄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놓고는 이른바 ‘종편 오적’이 화제다. 전국 439개 시민사회단체와 6개 정당이 모인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는 25일까지 전문가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설문조사 등을 벌여 ‘조중동방송을 만든 5적’을 뽑는다. 조중동방송이 언론악법 날치기로 탄생해, 특혜에 기대 생존하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네트워크는 2009년 언론악법 날치기를 주도한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윤성 국회부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10명을 후보로 공개해 놓은 상태다.

누가 오적으로 뽑힐지가 당장의 관심사지만, 나중에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적이었다는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지 또한 궁금한 대목이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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