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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고소개그 / 정영무

등록 2011-11-28 19:18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연쇄살인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범인은 호르헤라는 늙은 맹인 수도사로 드러나는데, 사건은 수도원 장서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관련돼 있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세는 천국을 받들던 시절이었다. 신과 천국이 빛이라면 인간과 사회는 어둠의 세계였다. 심판받는 인간은 웃을 수 없었다. 웃음은 신을 모독하거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신의 충실한 종으로서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웃음의 가치를 알게 된 배신자들을 처단하려 했던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웃음>은 유머의 본질을 파고들어간 스릴러다. 한 코미디언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농담을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깊은 의문에 빠진다. 작가를 모르지만 완벽한 구성을 갖춘 농담의 진원지를 찾아 그는 헤매고 또 헤맨다. 그 결과 유머기사단이란 비밀결사의 존재를 발견한다.

웃음은 이렇듯 때로 결기를 요구한다. 웃음을 불편하게 여기고 틀어막으려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사개그로 국회의원에게 고소당한 개그맨 최효종은 “특정 인물이 하지 말라면 끝까지 하겠다”며 ‘고소개그’로 맞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빵 터진 웃음은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간파한 내적 논리에 기반한다. 베르그송은 웃음이 경직적이고 기성적인 것, 기계적이고 무반성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들에 대한 본능적인 저항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 웃음을 터뜨리는 이유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웃는다면 자신의 삶이 기계적이고 무반성적으로 영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베르베르는 인간은 닥칠 일을 생각하면서 불안을 느끼는데, 불안이 독이라면 웃음은 그 해독제라고 한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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