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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신적 무통증 / 곽병찬

등록 2011-12-04 19:23

대한통증학회의 설문조사에서 통증환자들은 우울증(44.2%), 수면장애(60.1%), 기억력 감퇴(40.3%) 등을 함께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 환자가 35%나 됐다. 통증이란 아픔의 주관적 증상이다. 신체조직의 손상으로 말미암은 통각수용 통증이 있고, 신경세포 손상이나 척수 이상에서 비롯된 신경병증 통증이 있다. 전자는 손상된 조직을 고치면 해소되지만, 신경병증의 경우 난치인 경우가 많다.

통증환자에게 무통증은 꿈이다. 하지만 무통증 역시 통증만큼이나 무섭다. 통증은 생명을 파괴하려는 것들의 침입과 공격에 대한 경고이며, 동시에 이런 공격을 극복하려는 방어수단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신체조직의 손상을 알 수 없고, 위험을 인지할 수도 없으며, 대처할 수도 없다. 이런 선천성 무통증 환자는 대개 스무 살 이전에 사망한다고 한다.

정신적 통증도 있다. 이웃의 고통이나 비탄을 볼 때 느끼는 통증이 그것이다. 연민일 경우도 있고 죄책감일 경우도 있다. 이런 통증은 인간을 단순한 이기적·충동적 존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기능을 한다. 신경세포나 척수 이상은 통각장애를 일으키지만, 정신적 무통증은 공감 능력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사유를 관장하는 전두엽과 정서적 기능을 관장하는 측두엽의 편도체가 상호작용을 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한다. 극단적인 경우가 사이코패스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습관적·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다. 미국 전체 인구의 1%이지만, 연방교도소 남성 수감자 중에선 25%나 된다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 이런 집단이 대거 노출됐다. 이웃의 피해와 고통에 대해선 어떤 연민·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이들이다. 통각장애는 신체를 위협하지만, 공감장애는 공동체를 파괴한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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