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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백승종의 역설] 부실공화국

등록 2011-12-26 19:32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백승종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1970년 와우아파트가 와르르 무너졌을 때부터 이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토목공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성수대교가 한강에 주저앉았고, 그 이듬해에는 또 삼풍백화점이 쓰러졌다. 그때도 부실공화국이란 말이 봇물을 이루었다. 현 정권에 들어와서는 아예 상시적으로 쓰는 표현이 되었다. 군대 막사에서는 성난 병사가 한풀이 삼아 총질하고,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들은 저희들끼리 괴롭히다 자살하고 선생님까지 폭행한다. 사태가 심각하지만 이 정권은 변변한 대책 하나 없다.

눈귀를 몽땅 틀어막고 저희들 하고 싶은 대로 저지레만 한다. 시민들의 빗발치는 반대 속에도 22조원을 보란 듯이 4대강 강바닥에 쏟아부었다. 농민들의 아우성, 야당 국회의원들의 거센 반대도 못 본 체하고 문제투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무사통과시켰다. 천안함이 가라앉고 연평도에 포연이 피어올랐을 때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국가안보의 헌 깃발을 꺼내 휘저으며 사방에 눈을 부라렸다. 그래서 제대로 된 것이 하나라도 있느냐. 총체적 부실공화국이다.

본래 부실이란 말은 <좌씨전>에 나온다. 춘추시대 노(魯)나라 영읍(寗邑) 땅에 요샛말로 여관이 하나 있었다. 그 주인은 우연히 자기 집에 유숙한 진(晉)나라 양처보(陽處父) 대감의 풍모에 반해 가족도 버려둔 채 쫓아갔다. 그러나 알고 보니 대감님은 자기고집만 피우는 사람이었다. 겉모양은 그럴싸했지만 실속이 없었다(華而不實). 아무래도 앞날이 불길하였다. 여관 주인은 마음을 다잡아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문제의 대감님은 그 얼마 뒤 비명횡사했다.

대감이 부실한 줄 미리 알아본 여관 주인은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식량주권도 포기해버리고, 이웃나라에서 원자로가 터졌는데도 무서운 줄 모르고 새로 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이 억지. 속 시원히 말 잘하는 ‘봉도사’는 왜 잡아가두느냐. 공주가 하면 연애, 도사가 하면 스캔들이구나. 완전히 빛 좋은 개살구다.

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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