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에 시에라리온이란 나라가 있다. 남한 3분의 2 크기의 땅에, 서울 인구 반인 500만명이 산다. 이 작은 나라는 고통스런 세계기록 몇 개를 가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34살로 세계에서 가장 짧고, 영아사망률도 가장 높다. 아이들 3분의 1이 다섯살 이전에 죽는다. 인구 대비 신체장애인 수도 가장 많다. 이 나라를 관통한 비극의 시작과 끝에 ‘피 묻은 다이아몬드’가 있다. 1991년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싼 내전이 시작됐다. 광산을 빼앗으면 몸집 작은 아이들을 땅속으로 밀어넣었다. 짧은 폭우에도 구멍엔 곧 물이 찼다. 아이들은 기어 나오지 못했다. 반군은 그렇게 파낸 다이아몬드 원석을 서구 시장에 내다 팔았고, 그 돈으로 다시 서구의 무기를 샀다. 무기는 아이들 부모를 죽였다. 그렇게 10년 동안 7만5000명이 죽고, 2만명의 팔다리가 잘렸다.
한비야는 손목이 잘린 한 아이를 만난 뒤 책에 이렇게 썼다. “나는 앞으로 사랑의 징표나 결혼 예물이 되어 누군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 다이아몬드를 볼 때마다, 잘려서 피가 뚝뚝 흐르는 아이의 팔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2005년)
전쟁은 끝났지만, 세계 10대 다이아몬드 생산국인 그 나라는 여전히 가난하다. 돈은 몽땅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과 유통을 100년 넘게 한 손에 들고 쥐락펴락하고 있는 오펜하이머 재벌 같은 다국적기업과 관리들 뒷주머니로 들어간다. 세계 보석시장에서 거래되는 그것엔 여전히 하루 두 컵의 쌀과 50센트의 일당을 받는 아프리카 여러 나라 아이들의 눈물이 배어 있다. 콩알만한 원석 하나 찾기 위해 수천톤의 흙을 파헤치기도 한다.(이스마엘 베아, <집으로 가는 길>)
좀 한다는 이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피를 빨고자 했던 것은 탄소덩어리가 아니다. 깡마른 나라의 아이들이 피처럼 토해낸 슬픈 눈물방울들이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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