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선착순’이라면 군대 생활을 떠올리는 남성이 많을 것이다. ‘앞산 꼭대기까지, 선착순 한 명’이라고 하면 먼저 뛰어갔다 오는 한 명만 구제하겠다는 뜻이다. 꼴찌는 사람 수만큼 갔다와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선착순은 상술로도 자주 이용된다. ‘선착순 할인 판매’에 들어간 대형 유통업체 앞에는 개점 전부터 긴 줄이 생긴다. 이 줄이 바로 홍보 효과의 핵심이다. 고급 유치원에 자녀를 들여보내기 위해 줄지어 밤을 새는 부모들의 모습이 보도된 적도 있다. 선착순은 그만큼 살벌하다. 사람의 이기적 본성을 비인간적인 수준까지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선착순 원칙이 꼭 필요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곳도 있다. 길이 바로 그곳이다. 도로 위에서는 차의 크기와 종류를 불문하고 먼저 들어선 차의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 순리다. 많은 교통사고는 미리 깜빡이를 켜 우선권을 확보하지 않은 채 급하게 차로를 바꾸려다 생긴다. 이런 사람일수록 옆 차로에서 차가 들어오려면 더 속도를 높인다. 끼어들기가 얄미운 이유도 선착순 원칙을 정면으로 짓밟는 데 있다.
교차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선 대개 신호등 없는 교차로를 만나면 모두 멈춘 뒤 먼저 온 차부터 지나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기다리는 차가 있을 경우 더 속도를 내 통과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다가 차들이 엉키고 사고도 난다. 선착순 원칙을 잘 지키면 사고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신경전까지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선착순을 영어로는 ‘FCFS’(first come, first served)나 ‘FIFO’(first-in, first-out)라고 한다. ‘온 차례대로 처리한다’ 또는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뜻이다. 교통질서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어디를 가나 북적이는 휴가철에, 차를 몰고 떠나는 사람은 선착순 원칙도 잊지 말고 가져가자.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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