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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치의 ‘호르메시스’

등록 2012-04-16 19:15

독과 약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맹독물질이 때로는 약이 되는가 하면, 몸에 좋은 약도 일정량을 초과하면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강한 유독식물인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건조시킨 부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물질이지만 강심제나 이뇨제로도 사용된다. 인간뿐 아니라 다른 생물체에서도 마찬가지다. 극소량의 카드뮴은 달팽이와 나비에게 활력을 주고, 적은 양의 방사선은 귀뚜라미와 쥐의 수명을 연장시켜준다고 한다.

미량의 독소가 오히려 생체 기능에 유익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호르메시스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호르메시스(hormesis)는 ‘자극한다’ ‘촉진한다’ ‘흥분시킨다’는 뜻이다. 1888년에 독일 학자 후고 슐츠가 효모를 연구하던 중 처음으로 발견했다. 호르메시스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유기체의 방어와 재생 메커니즘 때문으로 설명된다. 외부로부터 미량의 독성물질과 적당한 스트레스가 유입되면 생물체는 재생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독성물질로 받은 손상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다른 손상까지 치유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포는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회복된다.

정치의 세계에서도 호르메시스 현상은 나타난다. 한때의 승리가 독이 되는가 하면, 패배의 쓴잔이 오히려 다음번 선거에서 약효를 발휘하는 모습은 너무 흔하다. 4·11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통합당도 선거 패배의 독배가 오히려 대선 승리의 약이 될 수 있다며 애써 위안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유기체가 그렇듯이 손상을 치유할 재생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하는가다. 제대로 된 자성의 목소리도,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한 활발한 토론도 없는 구조에서는 독은 그냥 독으로 남을 뿐이다. 호르메시스 현상을 두고 이런 비유가 있다. ‘나를 파괴시키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민주당이 가슴에 새길 말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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