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삐삐(무선호출기) 시절이 딱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반복되는 숫자의 다급함만으로 난 숨넘어가는 상황을 너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그럼에도 전화 안 할 권리는 네게 있었다. 말하고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발적 문명퇴보’란 디엔에이가 없는 우리는 연탄불에 달고나 굽던 시절처럼 삐삐를 추억하며 살 도리밖에 없다.
우리 삶은 분주하고 고단하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누군가는 쉼 없이 말을 걸어 오고, 저 바깥의 복잡한 세상사는 안 보면 큰일 날 것 같은 제목을 달고 요동을 친다. 시인 장석주는 “더 빠른 속도에 대한 갈망과 그 갈망으로 마음이 그르렁거리는 상태”로 요즘 우리를 진단한다. 그 속에 “느림의 숭고함, 고요한 시간의 평화, 충만한 삶, 세계와 나의 조화 속에서 느끼는 행복” 같은 것은 없다. 윌리엄 파워스는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디지털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깊이를 잃어가는 우리는 “이제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라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고 썼다. 스마트폰에 포털이 차린 기사 밥상을 뒤적이며, 우린 똑같은 문자로 그려진 세상을 읽는다. 우린 같은 제목을 터치하고 같은 구절에서 흥분하고, 웃고, 분노한다. “경악, 공포, 환멸.”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도시 아파트의 밤을 밝히는 텔레비전의 위치와 화면이 집집이 똑같은 장면을 보고 사로잡힌 감정과 뭐가 다를까?
소크라테스는 성벽 밖을 거닐며 아테네의 번다함을 뒤로했다. 세네카는 하나의 생각이나 사람에 집중해 세상과의 내적 거리를 확보했다. 데이비드 소로는 “나는 고독 속에서 나만을 위한 실을 지어 번데기를 만들고, 거기서 빠져나와 더 나은 사회에 알맞은 창조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숲으로 갔다. 우리는 어디에서 나만의 번데기를 찾을까?
1일부터 ‘자급제’란 괴상한 간판을 달고 마트에서도 껌처럼 휴대폰을 판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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