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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 읽기] 변희재 고소하지 맙시다 / 금태섭

등록 2012-05-06 19:22

금태섭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표현자유가 말할 수 없이 위축됐다
공지영씨를 모욕했다고 고소하면
모욕죄의 존재를 인정하는 셈이다
변희재씨가 트위터에 “총선 때 공지영이 투표 독려한다고 자기 생얼 올렸잖아요. 진짜 토할 뻔했어요. 50 먹은 여자가 왜 생얼 올립니까? 공주병은 확실해 보여요.” “공지영 생얼 검색해서 보세요. 정말 끔찍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생각의 차이를 떠나서 한 사람의 어머니이자 작가인 공지영씨에 대해서 천박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서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피해자인 공씨가 모욕죄로 고소를 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나는 반대다.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모욕죄는 세계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를 비롯한 4개국에만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서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말할 수 없이 위축되어 있다. 변씨의 글을 보고 누군가 “당신 얼굴이 더 토할 것 같다, 똥희재.”라는 글을 올렸다고 치자. 여러 사람이 속시원해하고, 애초에 질 낮은 글을 쓴 변씨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판례에 의할 때 이 글을 올린 사람도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수십억원을 기부한 배우 문근영씨에 대해 지만원씨가 “문근영의 외할아버지는 골수 빨치산”, “빨치산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이것을 보고 분개한 누리꾼이 “지만원, 지는 만원이나 냈나”라는 글을 올렸다. 법원은 이 누리꾼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가지고 조롱하면 모욕죄가 된다는 것이다.

이 기념비적인(?) 판결 이후로,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학교 운동장에서 서로 이름을 소재로 별명을 지어 부르는 초등학생들은 위법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 되었다. 그 아이들이 처벌받지 않는 이유는 단지 나이가 어려서 형사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가지고 조롱하는 것이 처벌받아야 한다면 용모를 소재로 놀리는 것이라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라고 부르거나 쥐처럼 그리는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가리’라고 부르는 사람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이다. 현재 우리의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의 얼굴을 동물처럼 그리면 처벌될 수 있는 그런 수준이다. 이렇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모욕죄 처벌 조항이다. 변씨를 고소하는 것은 그런 모욕죄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물론 변씨의 글은 눈을 씻고 싶을 정도로 저질이다. 그 밑에 깔린 인식의 수준도 저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는 “나이 50 먹은 여자의 생얼이 다 그 모양이지, 공지영만 특별히 역겹겠습니까?”라는 글도 올렸는데, 생계와 자식 교육에 시달리느라 화장할 틈도 없는 이 땅의 모든 50대 여성을 모욕한 것이고 그 남편과 자식들의 가슴에 지우기 힘든 상처를 준 셈이다. 고소를 당해도 누구도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원래 가장 혐오스러운 표현도 보호할 때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변씨는 공지영씨에게 고소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자신도 ‘정신적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을 무릅쓰고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과 소송을 벌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그보다는 누구나 자유롭게 그의 발언을 조롱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

변씨의 트위터를 보고 한 가지에는 동의할 수 있었다. 사진을 보고 “토할 뻔했다”고 품평했다고 해서 고소를 당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변희재씨의 사진이나 글을 보고 토할 뻔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있어야 한다. 고소는 하지 말고 차라리 다들 변씨의 사진을 볼 때마다 “토할 뻔했다”는 글이나 올리자고 제안하고 싶다.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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