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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효와 유전자 / 이근영

등록 2012-05-07 19:22

일개미들은 어미인 여왕개미에게 모든 번식을 맡기고 스스로는 일만 하다 죽는다. 찰스 다윈(1809~82)이 자연선택이론으로 해독하지 못한 자연의 자기희생, 이타주의를 영국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1964년 ‘혈연선택이론’으로 풀었다.

독특하게도 개미의 수컷은 미수정란에서 태어난다. 보통의 생물이 한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끼리 평균 50%의 유전자를 물려받는 것과는 달리, 여왕개미와 수개미에서 태어난 자식(일개미)은 평균 75%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여왕개미로부터 50%, 아버지로부터 100%를 물려받아서다. 일개미들이 짝짓기로 자식을 낳아도 50%밖에 유전자를 물려줄 수 없기에 유전자 처지에서는 일개미들이 여왕개미가 계속 75%짜리 자손을 낳도록 돕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최재천 <개미제국의 발견>)

영국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모든 동물들의 행위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풀이했다. 여성이 중년기에 생식 능력을 잃는 것도 자식을 통한 유전자 전달보다 손자를 통한 유전자 전달이 유리해져서다. 유전자는 자식에게 평균 50%, 손자에게 평균 25%가 옮겨진다. 그러나 손자의 수명 길이가 이 관계를 역전시킬 만큼 길어지면 폐경이 온다는 것이다. 어미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미와 자식 간에 유전자 번영을 위한 치열한 다툼과 타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서 효는 자연스럽지 않은 행위다. 유전자가 번성하도록 도우려면 자식은 어미가 젊을수록 더 많은 효를 해야 한다. 자식이 노인을 업고 있는 상형(孝)과는 맞지 않는다. 도킨스도 유전자 관점을 ‘의식적 동기’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했다. “우리는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의 일부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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