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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열섬

등록 2005-07-27 18:04수정 2005-07-27 18:05

유레카
1927년 오스트리아의 기상학자 빌헬름 슈미트(1883~1936)는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수도 빈의 기온이 도심으로 갈수록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지금처럼 자동차도 많지 않던 그 때, 이미 도시의 열섬 현상이 감지된 것이다. 유명한 ‘비엔나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도심과 교외의 기온차가 더욱 또렷했을지도 모르겠다.

도시가 쩔쩔 끓고 있다. 한여름 포장된 도로나 건물 표면 온도는 섭씨 55도에 이른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의 열흡 수량과 방열량이 크기 때문이다. 달리는 자동차의 배기구는 100도의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물이 끓는 온도다. 햇볕을 받고 있는 자동차는 그것 자체가 활활 타는 화덕이다. 대구에 있는 차량 80만대 중 10분의 1이 한낮(오전 11시~오후 4시)의 햇볕을 받고 주차돼 있다고 할 때, 추가로 가열되는 열을 식히자면 가정용 에어컨 9200만대를 10시간 동안 켜놓아야 한다고 계산해낸 환경학자(계명대 김해동 교수)도 있다. 한데 그 에어컨들이 내뿜는 열기는 또 어쩐다? 1만 그루의 큰 나무가 있어야 아무런 부작용 없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서울 도심은 교외보다 2~6도 기온이 높다. 교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인 날 도심의 대기온도는 최고 36도까지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창문을 꼭꼭 닫아 건 빌딩과 차량의 내부를 식히느라 크고작은 에어컨들이 맹렬하게 돌아간다. 뜨거운 열기를 밖으로 밖으로 토해낸다. 열기가 훅훅 끼치는 거리에서 헐떡거리는 사람들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 같다. 제로섬 게임이다. 아니 미친 짓이다.

이른바 ‘엑스파일’ 도청 테이프에서 정계·재계·언론·검찰 등 핵심 권력층의 집요하고도 적나라한 유착상이 줄줄이 풀려나오고 있다. 이들의 검은 유착은 말하자면, 자신들만 꼭꼭 문을 걸고 냉방지대에 살겠다며, 남들에게는 막무가내로 열기를 내뿜어대는 행태가 아닐까. 지영선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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