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이석기 당선자가 풀어야 할 것들 / 김이택

등록 2012-05-08 20:04

김이택 논설위원
김이택 논설위원
같은 의제라도 선제적으로 던져놓으면
감동의 소재, 쫓겨서 내놓으면 추문으로
전락하는 게 대중심리의 묘한 마법
진보정당은 우리 정치 발전에 혁혁한 공헌을 해왔다. 지금 민주통합당이 내세우고 있는 진보적인 정책 중에 핵심적인 건 대부분 민주노동당 시절의 정책을 모방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정책이나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 공약들이 다 그렇다. 1 대 99의 사회에서 99%의 노동자, 농민과 서민 대중을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뛰어다닌 것도 진보정당 사람들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민주화 이후 20년 이상 공들여 쌓아온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붕괴 직전이다. 통합진보당의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에스엔에스에선 한숨과 절망, 분노가 넘쳐난다. 지난 4일 날밤을 새우며 통합진보당 운영위원회 동영상 생중계를 지켜본 뒤부터 진보 동네 사람들은 자괴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다. 이른바 ‘당권파’의 행태가 걸러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 드러나 충격파가 더 크다.

당권파는 대대적인 부정투표가 저질러졌다는 진상조사위의 결론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한다. 공개된 자료로 판단하건대 일부 조사가 미흡한 건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당 차원에서 추가조사 등을 통해 해결할 문제다. 유권자 입장에선 그처럼 ‘부정’하게 치러진 투표로 선출된 사람들은 의원으로 인정해주기 어렵다. 설사 고집을 피워 국회에 들어가더라도 국민의 지지 없이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진보’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는 제구실을 하기 힘들다.

당권파가 패권주의, 종파주의라는 비난을 받는 것은 이 문제로 진보 전체가 망가지고 있음에도 자기 정파를 원내에 진입시키겠다고 고집하는 태도가 진보는커녕 대한민국 평균인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말대로 패권주의가 지나쳐 현장과 괴리되고 ‘종파주의’로 흐른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도 부쩍 높아지고 그만큼 검증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다는 걸 당권파들은 알아야 한다. “조중동에 먹잇감으로 던져진” 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국민의 검증대에 올랐다고 생각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10%의 지지를 보낸 유권자의 상당수는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보다는 권영길·심상정·노회찬·강기갑·이정희 등으로 상징되는 의원들의 그간 활동과 정책을 보고 표를 찍었다고 봐야 한다.

의회정치는 유권자에게 정책과 비전을 공개하고 선택을 받는 절차다. 앞으로 군자산의 약속이 뭐고, 민혁당은 어땠으며, 북한핵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도 다시 터져나올 것이다. 대선이 다가오면 당권파의 북한관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가 그 예고편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심쩍은 꼬리표를 매단 채, 수구보수가 이를 희롱하고 악용하는 걸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똑같은 의제라도 선제적으로 던져놓으면 감동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쫓겨서 내놓으면 한순간에 추문으로 전락해버리는 게 대중심리의 묘한 마법이다.

지금은 경기동부연합이나 통합진보당만의 위기가 아니다. 진보진영 전체가 수렁으로 빠져드는 지경이다. 당권파의 핵심이라는 이석기 당선자가 어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논리에 의해 사퇴할 수는 없다”고 종전 태도를 고수했다. 비례대표 문제의 해법도, 대중들의 의구심도 그가 나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문재인 목을 베라”…이준석 ‘엽기 만화’ 올려
‘고대녀’ 김지윤 “청년비례 선출과정, 신뢰성 떨어져”
또 회장님 힘내세요? 중앙일보 ‘땅거래 의혹’ 뭉개기
가수 지망생 성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 구속
주진모-고준희 결혼설 부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