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는 애초 제국주의 시절, 인종적 문화적 우월을 뽐내는 자리였다. 박람회장 구성에 인류학자가 꼭 참여해 식민지에서 ‘배송해온 인간’의 전시를 관장했던 건 그런 까닭이었다. ‘낙후된 야만인’의 전시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려 했던 것이다.
특히 미국에선 이런 전시가 일상화돼, 아프리카 다호메이 부족 100여명을 벌거벗긴 채 전시하거나(1893년 시카고박람회), 상체를 드러낸 사모아 여인들(1894년 샌프란시스코박람회)을 관람객 앞에 누워 있도록 했다. 프랑스도 1889년 파리박람회 때 아프리카 원주민을 끌어와 원주민촌을 재현했다. 노란 백인을 꿈꾸며 아시아를 제패하려던 일본의 경우도 1903년 오사카 내국권업박람회 때 학술인류관을 지어 대만(타이완), 아이누, 류큐인(오키나와 원주민), 조선인 등 7개 민족을 전시했다. 1907년 도쿄권업박람회에서도 조선인 두 명을 전시했다. 한반도와 중국 대륙에 대한 병탄 야욕을 그렇게 합리화했다.
더 잔혹한 것은 개인업자의 전시였다. 남아프리카 호텐토트족 출신 소녀 사르키 바트만은 1810년 영국으로 끌려가 런던과 파리 등에서 전시되다가 나중엔 성노리개로 이용됐다. 고향을 떠난 지 5년 만에 결국 알코올중독과 매독으로 숨졌다. 사망 후에도 그의 생식기와 뇌 등은 1974년까지 파리 인류박물관에 소장돼 있었다. 아프리카 피그미족 청년 오타 벵가는 1903년 미국으로 끌려가 세인트루이스박람회에 등장했다가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 팔려가 원숭이 우리에 갇혔다. 인권단체의 호소로 풀려났지만, 굴뚝청소부로 모은 돈으로 권총을 구입해 1916년 자살했다.
지금 바닷속 생명과 화해·공존을 주제로 여수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인간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던 금세기 초까지 박람회와는 격세지감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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