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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테트리스 음모설 / 구본권

등록 2012-06-03 19:10

‘테트리스 음모설’이란 게 있었다. 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누린 테트리스 게임의 개발과 보급이 서방의 컴퓨터 개발자들을 현혹해 본업에 한눈팔게 만들려는 소련 정보기관(KGB)의 음모에 따른 것이라는 우스개다.

정보화시대 불평등을 줄이려던 디지털 격차 해소 정책이 새 과제를 만났다. 이용환경 구축에만 신경써온 정보화 정책이 지식과 삶의 질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대학 맬러머드 교수팀은 2009년 루마니아 정부가 저소득층 가구들에 컴퓨터 구입 지원정책을 펼친 뒤 자녀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했다. 수학, 영어, 루마니아어 성적이 하락했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나왔다. 듀크대학도 2010년 저소득층 가정에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자녀 성적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카이저가족재단의 보고서를 보면, 부모 학력이 고졸 이하인 가정의 자녀가 디지털 기기를 쓰는 시간은 대졸 이상 가구에 비해 하루 평균 90분이 많았다. 1999년 16분이던 격차가 6배쯤 확대된 것이다. 부모의 보살핌이 적은 빈곤층 가정 자녀들이 정보화 기기에 더 빠져 지내는 탓이다. 기기 위주의 정보화가 ‘시간낭비의 격차’라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만든 것이다.

니컬러스 카가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정보화 기기에 탐닉하면 사고력과 판단력이 후퇴한다고 지적한 것을 입증해주는 연구들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억달러를 투입해 컴퓨터를 바람직하게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국내 정보기술산업은 기기와 통신망 위주로 발달해 최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며 부심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보기술이 불러올 다양한 부작용과 사회적 효과에 대한 성찰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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